낯선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잠깐 멈칫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입국신고서를 써야 하는데, 앞사람들은 펜을 빌려 쓰고, 어떤 사람은 잘못 적어서 다시 받으러 가고,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미리 해두면 훨씬 편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말레이시아를 갈 준비를 하면서 예전 종이 입국신고서 대신 디지털 입국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실제로 작성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단순했습니다. 코타키나발루를 포함해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가는 분들이라면, 이 과정을 한 번만 이해해 두면 공항에서 훨씬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예전처럼 비행기 안에서 종이 입국신고서를 나눠주지 않고, 온라인으로 미리 입국 정보를 입력받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바로 MDAC, 즉 말레이시아 디지털 입국 카드입니다. 이름만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폰으로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등록 절차입니다.

MDAC가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이해하기

MDAC(Malaysia Digital Arrival Card)는 말레이시아에 입국하려는 외국인 방문객이 미리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하는 디지털 입국 카드입니다. 예전의 종이 입국신고서와 역할은 비슷하지만, 종이를 쓰지 않고 인터넷으로 미리 작성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말레이시아 출입국 관리 당국은 이 정보를 이용해 방문객의 기본 인적 사항과 여행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공항에서의 입국 심사 과정을 조금 더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MDAC가 ‘입국 허가서’나 ‘비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는 비자는 따로이고, MDAC는 말레이시아에 입국할 때 참고용으로 미리 정보를 제출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 여권으로 관광을 간다면 보통 90일 무비자로 체류가 가능하지만, 그래도 MDAC는 별도로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MDAC를 작성해야 하는지 알아두기

일반적으로 말레이시아에 관광, 출장, 가족 방문 등의 목적으로 들어가는 외국인은 대부분 MDAC를 작성해야 합니다.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다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도 알고 있으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MDAC 작성이 면제됩니다.

  • 싱가포르 국적자
  • 말레이시아 영주권자 또는 말레이시아 장기 체류 비자(학생비자, 취업비자 등)를 가지고 있는 사람
  • 말레이시아 외교관 또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무 여권 소지자
  • 말레이시아 공항을 단순 경유만 하고, 입국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다음 비행기로 환승하는 사람

한국에서 코타키나발루로 바로 여행을 가는 대부분의 여행자는 위 예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은 MDAC를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언제 MDAC를 작성해야 하는지 날짜 잘 맞추기

MDAC는 너무 일찍 작성해도 안 되고, 너무 늦게 작성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에서 정해둔 기준은 “도착 예정일 기준 3일 이내”입니다. 즉, 말레이시아에 도착하기 3일 전부터 작성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 1월 4일에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면, 1월 1일부터 작성 가능합니다.
  • 1월 10일 도착 예정이라면, 1월 7일부터 작성 가능합니다.

너무 이른 날짜에 작성하면 시스템 기준에서 유효 기간을 벗어나서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행 준비를 한다고 해서 출발 몇 주 전에 미리 작성해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보통은 출발 이틀 전이나, 전날 여유 있는 시간에 작성해두면 가장 무난합니다.

MDAC 작성 전에 준비해두면 좋은 것들

MDAC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미리 옆에 준비해두면 입력할 때 훨씬 빨리 끝납니다.

필요한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여권
  • 자주 확인하는 본인 이메일 주소
  • 말레이시아 도착 예정일과 출국 예정일
  • 입국 및 출국 공항 정보 (예: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 BKI)
  • 연락 가능한 휴대폰 번호(국가번호 포함)

여권 번호, 여권 만료일, 생년월일 같은 정보는 여권에 그대로 적혀 있으므로, 여권만 옆에 두고 하나씩 보고 입력하면 됩니다. 비행기 표를 이미 예약했다면, 도착일과 출국일, 공항 코드도 확인하기 편합니다.

휴대폰으로 MDAC 작성할 때 전체 흐름 이해하기

MDAC 작성은 컴퓨터로 해도 되고, 스마트폰 브라우저로 해도 됩니다. 요즘은 대부분 여행 중에도 휴대폰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 기준으로 전체 흐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화면 모양은 조금씩 바뀔 수 있지만, 기본 단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1단계: 공식 사이트에 접속하기

먼저 휴대폰에서 인터넷 브라우저(크롬, 사파리 등)를 열고, MDAC 공식 페이지로 접속합니다. 검색을 이용하더라도 주소가 말레이시아 이민국 공식 도메인인지, 그리고 화면 상단에 말레이시아 이민국 로고가 있는지 등 기본적인 부분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비슷하게 생긴 사설 사이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회원가입을 요구하거나, 수수료 결제를 요구하는 곳이라면 한 번 더 의심해보고,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페이지가 맞는지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MDAC 자체는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2단계: 새 등록(NEW REGISTRATION) 선택하기

첫 화면에 들어가면 보통 등록을 시작하는 버튼이 보입니다. 화면에는 “NEW REGISTRATION” 혹은 “Register”, “Daftar” 등과 같은 문구가 보일 수 있습니다.

  • 이번에 말레이시아를 처음 방문하거나, 새로운 여행 일정으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NEW REGISTRATION”을 선택합니다.
  • 예전에 MDAC를 작성한 기록이 있고, 같은 여권으로 정보를 수정하거나 다시 제출해야 하는 경우에는 “UPDATE REGISTRATION”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행을 새로 준비하는 상황이라면, 거의 대부분 “NEW REGISTRATION”을 선택하면 됩니다.

3단계: 여권에 적힌 기본 인적 사항 입력하기

이제 본인의 정보를 적는 화면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여권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주로 등장하는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Full Name: 여권에 적힌 영문 이름과 성을 순서대로 띄어쓰기까지 그대로 입력합니다. 예: HONG GILDONG
  • Nationality: 국적을 선택하는 칸입니다. 보통 목록에서 “Republic of Korea” 또는 “South Korea”를 선택합니다.
  • Passport No.: 여권 번호를 입력합니다. 알파벳과 숫자를 잘 구분해야 하고, O(알파벳)과 0(숫자) 등을 헷갈리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 Gender: 남성(Male), 여성(Female) 중에서 선택합니다.
  • Date of Birth: 생년월일을 입력합니다. 시스템에 따라 일/월/년 또는 년/월/일 순서가 다를 수 있으니, 옆에 표시된 형식을 꼭 확인한 뒤 입력해야 합니다.
  • Date of Passport Expiry: 여권 만료일을 여권에 적힌 그대로 입력합니다.

이 단계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이름과 여권 번호, 생년월일입니다. 나중에 공항 입국 심사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게, 여권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도록 적는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4단계: 이메일과 연락처 정보 작성하기

다음 화면에서는 연락 가능한 정보, 즉 이메일 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적어야 합니다.

  • Email Address: 현재 사용 중인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MDAC 등록이 완료되면 확인 메일이 올 수 있으므로, 실제로 접속해서 확인할 수 있는 주소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 Confirm Email Address: 위에서 적은 이메일 주소를 한 번 더 입력합니다. 오타를 줄이기 위한 절차이므로, 두 칸이 정확히 일치해야 합니다.
  • Mobile No.: 휴대폰 번호를 국가번호와 함께 입력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번호라면 +82를 쓰고, 그 뒤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습니다. 앞자리 0을 빼고 적는 경우가 많으니, 화면에 있는 예시를 한 번 보고 따라 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면 확인 메일을 받지 못할 수 있지만, 등록 자체가 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향후 안내를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오타가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5단계: 여행 일정과 코타키나발루 공항 정보 입력하기

이제 여행 계획에 대한 정보를 적는 단계입니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 Date of Arrival: 말레이시아에 도착하는 날짜를 선택합니다. 비행기 스케줄표에 나와 있는 “현지 도착일”을 기준으로 적어야 합니다.
  • Date of Departure: 말레이시아를 떠나는 날짜를 적습니다. 보통 귀국 비행기 또는 다음 여행지로 출국하는 날짜입니다. 일정이 약간 바뀔 수 있더라도, 현재 기준으로 계획된 날짜를 입력하면 됩니다.
  • Port of Entry: 처음 입국하는 공항을 고르는 칸입니다. 코타키나발루로 들어간다면 “Kota Kinabalu International Airport (BKI)”를 선택하면 됩니다.
  • Port of Exit: 말레이시아를 떠날 때 이용할 공항입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입출국을 모두 한다면 입국과 동일하게 BKI를 선택하면 되고, 쿠알라룸푸르 등 다른 도시에서 출국할 계획이라면 그 공항을 선택하면 됩니다.
  • Purpose of Visit: 방문 목적을 고르는 칸입니다. 일반 여행이라면 “Tourism”을 선택하면 됩니다. 업무 출장이라면 “Business”, 가족 방문이라면 “Social Visit” 등 상황에 맞는 항목을 선택합니다.

말레이시아는 여러 공항이 있어서 공항 이름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코타키나발루는 도시 이름이 그대로 붙어 있고, 공항 코드가 BKI이므로 이 두 가지를 함께 확인하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6단계: 입력 내용 꼼꼼히 확인하고 제출 버튼 누르기

모든 칸을 다 채우고 나면, 마지막으로 전체 내용을 확인하는 단계가 나옵니다. 이때는 다음 부분을 특히 자세히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이름과 여권 번호가 여권과 완전히 같은지
  • 생년월일과 여권 만료일에 날짜를 바꾸어 적지는 않았는지
  • 도착일과 출국일이 실제 비행기 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 이메일과 휴대폰 번호에 오타가 없는지

모든 정보가 정확하다고 생각되면, 화면 하단에 있는 “SUBMIT” 또는 “제출”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면, 와이파이가 잘 되는 곳이나 데이터가 안정적인 상태에서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7단계: 등록 완료 화면을 꼭 저장해두기

제출이 잘 되면, 화면에 등록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나타납니다. “Registration Complete” 또는 “Your registration has been successfully submitted.” 같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화면이 나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스크린샷을 찍어 저장해두는 것입니다. 휴대폰 캡처 기능을 이용해서 이미지로 남겨두면, 공항에서 인터넷이 잘 안 되거나, 다시 접속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 등록 완료 화면을 캡처해 사진 앨범에 저장해두기
  • 필요하다면 프린트해서 종이로 한 장 챙겨두기
  • 이메일에 확인 메일이 도착했는지, 받은편지함이나 스팸함을 한 번 확인해보기

이 정도만 해두면 공항에서 갑자기 “등록한 거 보여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바로 꺼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 도착 후 실제 입국 과정에서의 MDAC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BKI)에 도착하면, 먼저 입국 심사대로 이동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여권을 제시해야 하며, 말레이시아에 처음 들어오는 경우 지문 등록을 요청받을 수 있습니다. 안내에 따라 손가락을 스캐너 위에 올리면 지문이 등록됩니다.

MDAC는 이때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 대부분의 경우, 심사대에서 여권을 스캔하면 MDAC에 입력된 정보가 이미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어, 심사관이 전산으로 바로 확인합니다.
  • 간혹 시스템이 느리거나,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심사관이 MDAC 등록 여부를 물어볼 수 있고, 이때 미리 저장해 둔 캡처 화면이나 인쇄물을 보여주면 됩니다.

실제로는 MDAC 화면을 따로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혹시”를 대비해 준비해두는 것이 마음이 한결 편합니다. 여행지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불필요한 긴장을 줄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꼭 기억해야 할 핵심 정리

MDAC와 관련해 헷갈리기 쉬운 부분을 간단하게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MDAC는 비자가 아니라, 말레이시아 입국 전에 온라인으로 미리 제출하는 디지털 입국 카드입니다.
  • 한국 여권을 가지고 관광으로 입국하는 경우 보통 90일까지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지만, 그와 별도로 MDAC는 작성해야 할 수 있습니다.
  • 도착 3일 전부터 작성이 가능하며, 너무 일찍 작성하면 무효가 될 수 있으니 날짜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름, 여권 번호, 생년월일, 여권 만료일은 여권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입력해야 합니다.
  •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작성해야 하며, MDAC 자체에는 별도 수수료가 들지 않습니다.
  • 등록 후에는 완료 화면을 캡처해 두고, 가능하다면 이메일까지 확인해 두면 공항에서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한 번만 직접 해보면, 다음 여행부터는 몇 분 안에 익숙하게 끝낼 수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숙소를 고르고, 짐을 싸고, 일정표를 만드는 것처럼 MDAC 역시 여행 준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히 해두면,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의 첫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