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바닷바람이 살짝 섞인 흙냄새와 함께 눈앞이 온통 색깔로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회색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몇 걸음 옮기자마자 갑자기 계절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잠시 멍해질 정도로 꽃들이 넓게 퍼져 있었고, 사람들 말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가 함께 섞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충청남도 태안의 코리아플라워파크에서 열리는 태안 가을꽃박람회였습니다.

태안 가을꽃박람회는 매년 가을에 열리는 꽃 축제입니다. 이름 그대로 가을에 어울리는 꽃들을 한곳에 모아 두어서, 걷기만 해도 계절이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 듭니다. 바다와 가까운 위치라서, 꽃만 보는 축제가 아니라 가을 바닷바람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글에서는 2023년에 진행되었던 박람회 일정을 바탕으로, 이 축제가 어떤 곳인지,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는지, 그리고 방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태안 가을꽃박람회 기본 정보와 일정

태안 가을꽃박람회는 주로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한 달 정도 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마다 정확한 날짜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2023년 기준 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행사 이름은 ‘2023 태안 가을꽃박람회’였고, 기간은 9월 29일 금요일부터 10월 29일 일요일까지 약 31일간 이어졌습니다. 장소는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 400에 위치한 코리아플라워파크입니다. 이곳은 봄·여름·가을 계절별로 다양한 꽃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고, 입장 마감은 오후 5시였습니다.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다 보니, 너무 늦게 들어가면 넉넉히 둘러보기 어렵습니다. 해마다 야간 개장을 하는 날이 따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야간 관람은 반드시 해당 연도의 공식 안내를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조명 시설과 운영 방식은 해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장료는 2023년 기준으로 성인은 12,000원, 단체·경로·청소년은 10,000원, 어린이는 9,000원이었습니다. 36개월 미만 유아는 증빙서류가 있으면 무료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요금은 해마다 조정될 수 있으니, 실제로 방문하기 전에는 최신 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다양한 꽃들

태안 가을꽃박람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국화입니다. 국화라고 하면 노란색이나 하얀색만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에 펼쳐진 국화는 색깔과 모양이 정말 다양합니다. 작고 동그란 꽃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국화, 꽃잎이 길게 뻗어 있는 국화, 붉은빛이 도는 국화까지 여러 종류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단순히 꽃밭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국화로 다양한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해 두어서 산책하듯 걸어다니다 보면 살아 있는 꽃 조각품 사이를 지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찾는 곳은 핑크뮬리 군락지입니다. 핑크뮬리는 얇은 줄기 끝에 부드러운 털처럼 생긴 꽃이 피는데, 햇빛을 받으면 분홍 안개가 깔린 것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바람이 불면 분홍빛이 물결처럼 흔들려서,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배경이 그림처럼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삼각대를 세우는 사람, 가족사진을 찍는 사람, 친구끼리 번갈아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입니다.

코스모스 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스모스는 줄기가 가늘고 키가 제법 커서, 군락을 이루면 마치 가벼운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바람이 불면 꽃과 줄기가 함께 흔들리면서 사그락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분홍, 하양, 진분홍 등 색이 섞여 있어서 사진을 찍지 않아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이외에도 팜파스와 억새 같은 풀 종류의 가을 식물들도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키가 크고 부드러운 깃털 같은 꽃을 피우는 팜파스는 역광을 받으면 윤기가 나서 해 질 무렵에 특히 예쁩니다. 억새는 우리나라 가을 산과 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식물인데, 이런 식물들을 잘 정리해 놓아서 자연 속을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기에 좋습니다.

테마 정원과 조형물이 만드는 또 다른 풍경

태안 가을꽃박람회가 단순히 “꽃이 많이 심어져 있는 곳”으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곳곳에 조성된 테마 정원과 조형물들 덕분입니다. 각각의 구역은 분위기와 구성이 다르게 꾸며져 있어서, 한 바퀴를 돌다 보면 여러 나라의 정원을 천천히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곳은 동화 속 정원처럼 작은 다리와 연못이 함께 어우러져 있고, 어떤 곳은 캐릭터 모양의 조형물이 국화와 함께 배치되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 앞에서 머물게 됩니다. 꽃으로 만든 동물 조형물이나, 계단처럼 이어지는 꽃길, 아치형 꽃 터널 등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어른들에게는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숨바꼭질하고 뛰어놀기 좋은 놀이터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나 그늘 쉼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의 표정, 꽃과 하늘, 바람의 방향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꽃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잠깐 멈춰서 전체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도 이곳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야간 개장이 열릴 때의 특별한 분위기

해당 연도에 야간 개장이 진행될 경우, 낮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서 꽃밭이 또 다른 색으로 물듭니다. 낮에는 꽃 자체의 색깔이 선명하게 보였다면, 밤에는 조명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가 더해져 몽환적인 분위기가 됩니다.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국화 조형물 위로 은은한 조명이 비치면 실제보다 더 비현실적인 색감이 나타납니다. 꽃이 정확히 어떤 색인지 따지는 것보다, 빛과 어둠이 섞인 전체 풍경이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구역도 있어서, 천천히 걸으면서 산책을 하기에 좋습니다.

다만 야간 개장은 날씨, 운영 정책 등에 따라 해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해에는 특정 기간에만 진행하기도 하고, 아예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방문을 계획할 때는 그 해의 운영시간과 야간 개장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해가 진 뒤에는 기온이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겉옷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꽃박람회를 더 알차게 즐기기 위한 준비

태안 가을꽃박람회는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조성되어 있어서, 제대로 둘러보려면 어느 정도 걷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편안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신발입니다. 길이 대부분 평탄하긴 하지만 이동 거리가 제법 되기 때문에, 발이 편한 운동화나 걷기 좋은 신발을 신는 편이 좋습니다. 새 신발이나 굽이 높은 신발은 처음에는 멋져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이 아파서 오히려 구경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사진을 찍을 준비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다만, 넓은 풍경을 많이 찍다 보면 배터리가 빠르게 닳을 수 있으니 보조 배터리를 챙겨가면 도움이 됩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과 사진을 자주 찍는다면, 배터리 부족으로 마지막에 중요한 장면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이라고 해서 항상 선선한 것만은 아닙니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한낮에 생각보다 덥고 눈이 부실 수 있습니다. 모자, 선글라스, 얇은 겉옷, 선크림 등을 챙겨두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해가 진 뒤에는 금방 쌀쌀해지기 때문에, 겉옷을 하나 더 준비해두면 갑자기 추워져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식사와 간식도 미리 생각해두면 좋습니다. 박람회장 안에는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이나 매점, 식당 등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 많은 시간대에는 줄을 오래 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간단한 물과 간식 정도는 직접 챙겨 가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다만 도시락을 가져갈 경우, 정해진 장소에서만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많으니 현장에서 안내 표지판을 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문 시기와 동행에 따른 즐기는 방법

태안 가을꽃박람회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가족과 함께 간다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조형물이나 포토존, 넓은 잔디와 꽃길을 중심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을 많이 남기는 방식이 좋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면 꽃의 높이, 색깔, 길의 모양이 어른과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곳을 중심으로 동선을 정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라면,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대를 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평일 오전이나 이른 오후 시간대는 비교적 한적한 편이라, 꽃 사이를 걸으면서 여유 있게 이야기를 나누기 좋습니다. 특히 핑크뮬리나 코스모스처럼 인기가 많은 구역은 주말에는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여유로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시간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 방문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걸으며 꽃과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일상에서 놓치고 지나치는 색과 소리들을 다시 떠올려보게 됩니다. 벤치에 앉아 책을 펼치거나, 그냥 가을 햇살만 쬐고 있어도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꼭 사진을 많이 남기지 않아도, 눈으로만 기억하는 장면들이 생겨납니다.

태안 가을꽃박람회의 매력

태안 가을꽃박람회는 한 마디로 “가을을 눈으로, 코로, 발걸음으로 느끼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화, 핑크뮬리, 코스모스, 팜파스, 억새 등 이름은 익숙하지만 평소에는 이렇게 한꺼번에 만나기 어려운 꽃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꽃 사이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바닷바람을 함께 느끼다 보면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됩니다.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리지만, 해마다 전시 구성이나 동선, 조형물, 테마 정원 구성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예전에 다녀간 사람이라도 다시 방문하면 새로운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꽃을 가까이에서 보는 즐거움, 사람들과 웃으며 사진을 남기는 즐거움, 잠깐 멈춰 서서 하늘과 바람을 바라보는 시간까지, 이곳에서 보낸 하루는 일상 속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