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만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환전도, 유심 개통도 아닌 교통카드를 사는 일이었습니다. 공항 MRT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 앞에 있던 여행객들이 카드 한 장만 찍고 지하철·버스·편의점을 자유롭게 쓰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대만에서는 교통카드가 사실상 ‘여행 필수품’이라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짐을 끌고 이리저리 표를 사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계산대에서 동전 세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하루만 써봐도 카드 유무에 따라 여행 피로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1. 대만 교통카드 종류와 기본 개념

대만에서 널리 쓰이는 교통카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지카드(EasyCard), 아이패스(iPASS), 아이캐시 2.0(icash 2.0)입니다. 세 카드 모두 선불 충전 방식의 교통·전자지갑 카드이며, 지하철(MRT), 시내버스, 일부 철도, 공유 자전거, 편의점 등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 헷갈리기 쉽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지카드나 아이패스 아무 것이나 하나만 제대로 준비하면 대만 여행의 대부분 상황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카드 구매 비용과 충전 금액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카드 가격(보증금 개념이 아닌 발급비)은 대체로 NT$100이며 환불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실제로 쓸 교통비·쇼핑비를 충전해서 사용합니다. 남은 잔액은 일정 수수료를 내고 환불받을 수 있지만, 발급비 자체는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1. 이지카드 (EasyCard, 悠遊卡)

이지카드는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대만 전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교통카드입니다. 현지인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카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가격

카드 구매 비용은 일반 카드 기준으로 NT$100입니다. 이 금액은 카드 발급비라서 환불되지 않습니다. 충전은 대개 최소 NT$100부터 가능하며, 여행 초반에는 교통비와 간단한 간식을 고려해 NT$300~500 정도를 채워두면 편합니다. 따라서 처음 구입 시에는 카드비 NT$100 + 충전액을 합쳐 대략 NT$200~600 정도를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처

이지카드는 타이베이 MRT, 타이베이 시내버스, 신베이·타오위안 등 주요 도시 버스, 대만 철도(TRA) 일부 구간, 고속도로 버스, 공유 자전거인 유바이크(YouBike), 일부 택시 등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속철도(THSR)에서는 개찰구 직접 태핑은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구간·상품에 한해 이지카드 잔액으로 티켓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7-ELEVEN, FamilyMart, Hi-Life, OK Mart 등 편의점, 몇몇 슈퍼마켓, 드러그스토어, 카페, 관광지 매표소 등에서도 소액 결제용으로 널리 쓰입니다.

할인 및 환승 혜택

이지카드를 사용하면 MRT와 버스 요금에서 소액 할인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고, 타이베이 지역에서는 버스–MRT 간 환승 시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책은 도시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으므로, 최신 할인 정보는 이지카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 EasyCard 공식 사이트)

환불

카드에 남은 잔액은 주요 MRT 역의 서비스 카운터나 지정 창구에서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소액 수수료가 공제되며, 카드 발급비 NT$100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휴면 카드’로 전환될 수 있으나, 대개 다시 충전하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추천 포인트

여행 동선이 타이베이 중심이거나, 다른 도시를 오가더라도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계획이라면 이지카드를 기본 선택으로 잡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안내 표지나 관광 정보에서도 이지카드를 먼저 기준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초행자에게도 직관적입니다.

1-2. 아이패스 (iPASS, 一卡通)

아이패스는 가오슝을 중심으로 시작된 교통카드지만, 현재는 타이베이·타오위안 등 여러 도시의 대중교통과 상점으로 사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습니다. 기능 면에서는 이지카드와 매우 유사합니다.

가격

카드 구매 비용은 일반적으로 NT$100이며 환불되지 않습니다. 충전 최소 금액은 NT$100 수준으로 이지카드와 비슷합니다. 초기 사용을 위해 NT$200~400 정도만 준비해도 여행 초반 교통비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처

가오슝 MRT, 가오슝·타이난 등 남부 지역의 버스에서 특히 편리하며, 현재는 타이베이 MRT와 버스, 일부 TRA 구간, 유바이크, 편의점·마트에서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이지카드가 되면 아이패스도 대부분 된다”라고 느낄 정도로 사용처가 상당 부분 겹칩니다.

특징 및 추천

여행 출발지가 가오슝이거나 남부 위주 일정이라면 아이패스를 현지 분위기에 맞춰 선택해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이지카드와 마찬가지로 대중교통 할인과 환승 혜택을 제공하며, 실사용 경험 기준으로 관광객이 체감하는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정보 검색 시 이지카드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글이 더 많기 때문에, 한국어 정보를 참고하며 여행 준비를 할 때는 이지카드 쪽이 조금 더 편할 수 있습니다.

1-3. 아이캐시 2.0 (icash 2.0, 愛金卡)

아이캐시 2.0은 대만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통신·유통 기업 ‘통일(統一)’ 계열에서 발행하는 카드입니다. 교통카드 기능도 있지만, 사실상 편의점·제휴 매장에서의 결제 및 프로모션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카드입니다.

가격

일반 카드 가격은 NT$100 선이며, 이 역시 환불되지 않습니다. 충전 최소 금액은 NT$100 정도로 다른 카드와 동일합니다.

사용처 및 특징

세븐일레븐에서 각종 할인, 포인트 적립, 콜라보 상품 구매 등에 특화되어 있으며, 일부 MRT·버스·TRA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다만 대중교통 적용 범위는 이지카드·아이패스보다 조금 좁은 편이라, 교통 중심으로 여행하는 관광객에게는 주력 카드로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언제 고려할까

세븐일레븐 신상품이나 콜라보 굿즈를 챙기는 것이 여행의 주요 즐거움 중 하나라면 아이캐시를 추가로 하나 더 만들어 보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카드 하나로 교통과 결제를 모두 해결하고 싶다”라는 관점에서는 이지카드 혹은 아이패스를 먼저 선택하는 편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2. 관광객에게 추천하는 이지카드 종류

이지카드는 ‘어떤 시스템이냐’라는 관점뿐 아니라 ‘어떤 모양이냐’라는 관점에서도 선택지가 많습니다. 기능은 거의 동일하지만, 디자인과 형태, 발급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2-1. 일반 이지카드 (Standard EasyCard)

가장 기본적인 플라스틱 카드로, 심플한 패턴이나 단색 디자인이 많습니다.

특징

카드 구매 비용은 보통 NT$100이며, 공항 MRT 역,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 주요 MRT 역 안내 카운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설명서를 따로 읽지 않아도 바로 태깅해서 사용할 수 있고,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가장 가성비 좋은 선택입니다.

이런 분께 적합합니다

여행 준비를 간단하게 하고 싶고, 카드에 추가 비용을 쓰고 싶지 않은 경우, 혹은 여러 장을 가족·지인용으로 한 번에 준비해야 할 때 일반 이지카드가 효율적입니다.

2-2. 특별 디자인·굿즈형 이지카드

대만에서는 이지카드가 하나의 ‘굿즈 플랫폼’처럼 활용되고 있어, 출근용 카드와 덕질용 카드를 따로 들고 다니는 현지인도 있을 정도입니다.

디자인과 형태

리락쿠마, 산리오, 포켓몬, 애니메이션 캐릭터, 대만 관광지 일러스트 등 다양한 콜라보 디자인이 있으며, 카드형뿐 아니라 키링, 액세서리, 피규어·브릭 형태의 입체 카드도 있습니다. 특히 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 한정판으로 나오는 상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가격

디자인 난이도와 한정판 여부에 따라 NT$100에서 NT$400 이상까지 폭이 넓습니다. 피규어형, 대형 콜라보 제품은 그 이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기능은 일반 카드와 완전히 동일하지만, 소장 가치와 기념품 성격이 더 강합니다.

구매 팁

편의점 카운터와 진열대를 잘 살펴보면 새로운 디자인 카드가 자주 등장합니다. 타이베이 MRT 기념품 숍, 서점 체인(예: 성품서점)에서도 특정 테마 카드나 교통 연동 굿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재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나만의 대만 전용 카드’를 하나 장만해 두는 것도 즐거운 선택입니다.

2-3. 디지털 이지카드 (모바일 연동)

실물 카드 대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에 이지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도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몇 가지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장점

실물 카드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분실 걱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원 기기라면 잠금 화면 상태에서도 단말기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교통 이용이 가능하며, 앱에서 잔액 확인과 충전 기록 조회도 편리합니다.

주의할 점

모든 해외 발행 스마트폰이나 결제 수단에서 디지털 이지카드 등록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일부 서비스는 현지 통신사 번호, 대만 발급 신용카드, 현지 앱스토어 계정 등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출국 전에 자신의 기기·OS·결제 수단이 지원되는지 확인해야 하며, 단기 여행자에게는 조건 맞추기가 생각보다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관광객은 여전히 실물 카드를 메인으로 사용합니다.

3. 교통카드 구매와 충전, 실제 이용 방법

실제 여행 동선을 기준으로,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 카드를 사는 것이 편한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3-1. 어디에서 사는 것이 좋을까

타오위안 국제공항(TPE)에 도착했다면, 공항 MRT 역과 통신사 카운터 주변에서 이지카드나 아이패스를 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어차피 공항 MRT를 이용하게 되므로, 수하물 수령 후 시내로 나가기 전에 먼저 카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도심에서는 타이베이 MRT 각 역의 안내 카운터(Information, Service Center)에서 카드 신규 발급이 가능하며, 대만 철도(TRA)의 주요 역 매표소에서도 이지카드나 아이패스를 판매합니다. 거의 모든 편의점(7-ELEVEN, FamilyMart, Hi-Life, OK Mart 등)에서도 교통카드를 취급하지만, 점포마다 보유 중인 디자인이나 종류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3-2. 충전(충전소, 최소 금액, 결제 수단)

MRT 역 안에는 자동 충전기와 창구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 충전기는 동전·지폐를 넣고 바로 금액을 선택해 태핑하면 되고, 일부 기기는 신용카드도 지원하지만, 외국 카드가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현금을 준비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직원이 있는 창구에서는 카드를 건네고 원하는 금액을 말한 뒤 현금을 지불하면 됩니다. 중국어를 몰라도 “차쯔(加值), 300” 정도로만 말해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편의점에서는 카드를 계산대에 올려두고 금액만 말하면 직원이 충전해 줍니다. 이때도 최소 충전 단위는 보통 NT$100 정도이며, 카드사·행사에 따라 신용카드 충전이 제한되거나 수수료가 붙을 수 있으니 단기 여행자는 현금 충전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3-3. 실제 사용 시 알아두면 좋은 점

MRT에서는 개찰구 입·출구에서 모두 카드를 찍어야 하며, 버스는 도시마다 ‘승차 시 1번, 하차 시 1번’ 또는 ‘승차만 태핑’ 등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대개 버스 내부 안내문이나 기사님 옆에 사용 안내가 표시되어 있으므로, 처음 탔을 때 한 번만 확인해 두면 이후에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유바이크는 별도의 회원 등록 절차가 필요하지만, 이지카드나 아이패스를 계정에 연동해 두면 카드 한 번 찍고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어 시내 짧은 이동에 유용합니다.

4. 여행 스타일별 카드 선택 가이드

대만 여행을 짧게 다녀오는 경우, 카드 선택은 복잡하게 고민하기보다는 다음 기준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부분의 관광객에게는 이지카드가 가장 직관적이고 편리합니다. 특히 타이베이 중심 일정이라면 별도의 비교 없이 이지카드를 선택해도 실질적인 손해가 없습니다.

둘째, 가오슝·타이난 등 남부를 중심으로 여행한다면 아이패스를 선택해도 전혀 문제없으며, 최근에는 두 카드의 사용처가 상당 부분 통합되어 있어 체감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이미 공항이나 역에서 먼저 눈에 띄는 카드가 있다면, 그 카드 하나만 꾸준히 쓰는 것이 여행 동선 관리에 더 유리합니다.

셋째, 편의점 굿즈와 콜라보 상품을 모으는 데 관심이 크다면, 교통 메인 카드는 이지카드 또는 아이패스를 사용하되, 추가로 아이캐시를 하나 더 들이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짧은 일정에 카드 종류를 너무 많이 늘리면, 어느 카드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 헷갈리기 쉬우니 본인 관리 가능 범위 안에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디지털 이지카드는 장기 체류자나 대만 내 결제 환경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단기 관광객은 사전에 지원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면, 실물 카드를 기본으로 준비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스마트폰이 방전되거나 고장 날 상황도 고려해야 하므로, 최소 한 장의 실물 카드를 예비 수단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