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수입 중고차를 알아볼 때 머릿속이 꽤 복잡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눈은 자꾸 반짝이는 엠블럼과 멋진 디자인에 가고, 주변에서는 유지비가 무섭다고 말하고, 인터넷 후기들은 또 서로 말이 달랐습니다. 국산 중형 신차를 살까, 아니면 예전부터 꿈꾸던 수입 세단을 중고로 살까 여러 날을 고민하면서, 결국 직접 발품을 팔고 딜러도 만나보고, 정비소 사장님 얘기도 들으면서 하나씩 정리해 나가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2000만원대 수입 중고차’는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고 매력적이지만, 아는 만큼 덜 당황하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2000만원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수입 중고차는 보통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의 모델이 많습니다. 이 시기의 차들은 디자인과 편의 장비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안전·연비 성능도 괜찮습니다. 다만 국산차와 비교했을 때 유지비와 수리비가 더 들 수 있으니, 처음부터 그 부분을 감안하고 골라야 합니다.

2000만원대로 노려볼 만한 수입 중고차들

이 예산대에서는 세단과 SUV 모두 선택지가 충분합니다. 주로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의 중형 세단과, 일본 브랜드 세단, 그리고 실용적인 SUV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1. 프리미엄 세단 – 독일 3사의 대표 모델들

독일 3사는 디자인, 주행 성능, 브랜드 이미지까지 모두 갖춘 선택지입니다. 다만 연식이 조금 지난 만큼, 고질적인 문제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BMW 5시리즈 (F10 LCI, 대략 2014~2016년식)

추천 트림으로는 디젤의 520d, 가솔린의 528i가 많이 거론됩니다.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향감과 가속감이 경쾌해서, 운전하는 맛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 승차감과 주행 성능의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 실내 공간이 넉넉해 패밀리카로도 무리가 없습니다.
  • 디자인이 크게 유행을 안 타고 세련된 편입니다.

다만 이 세대의 엔진에는 꼭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N47 디젤 엔진과 N20 가솔린 엔진은 타이밍 체인 관련 이슈가 있었던 것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차량이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 정비 이력에서 타이밍 체인 관련 작업이 있었는지,
  • 엔진 소음이 유난히 거칠게 들리지는 않는지,
  • 오일 누유 흔적은 없는지

이런 것들을 정비소에서 꼼꼼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W212 LCI, 대략 2014~2016년식)

대표적인 트림으로는 E220d(디젤), E300(가솔린) 정도를 많이 봅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E220d보다 조금 예전의 E220 CDI, E300 등 다양한 조합이 있어 실제 매물에서 엔진 종류와 표기 명칭을 꼭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내외 디자인이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합니다.
  • 정숙성과 승차감이 좋아 동승자들이 편안해합니다.
  • 브랜드 이미지가 워낙 강해 ‘벤츠’라는 만족감이 큽니다.

하지만 연식이 있는 수입차답게

  • 소모품 가격과 공임비가 국산차보다 비싸고,
  • 미션 변속 충격이 있는지, 에어컨과 전자장비에 이상은 없는지,
  • 하체에서 잡소리는 나지 않는지

이런 부분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변속 충격과 떨림은 수리 비용이 커질 수 있어 시운전 단계에서 꼭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우디 A6 (C7 LCI, 대략 2014~2016년식)

디젤 35 TDI, 가솔린 40 TFSI 모델이 많이 보이는 편입니다.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내외 디자인이 깔끔하고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입니다.
  • 사륜구동이 적용된 콰트로 모델은 비·눈길에서 안정감이 좋습니다.
  • 실내 마감과 인테리어 감성이 탄탄합니다.

다만 이 세대의 듀얼클러치(S-tronic) 변속기는, 주행 상황에 따라 변속 충격이나 저단에서의 울컥거림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시운전을 해 보면서

  •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울컥거리지는 않는지,
  • 정속 주행 중 변속이 부드러운지,
  • 후진·전진 변환 시 이상한 떨림이나 충격은 없는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아우디 공식 서비스센터나 부품 공급망이 BMW, 벤츠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거주 지역의 서비스센터 접근성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일본 브랜드 세단 – 믿음직한 내구성과 유지비

독일차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고장 걱정 적고 유지비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일본 브랜드 세단들이 매우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렉서스 ES 300h (XV60, 대략 2014~2017년식)

이 예산대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천되는 모델 중 하나입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델로, 도심 연비도 좋은 편입니다.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구성과 신뢰성이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연비가 뛰어나 연료비 부담이 적습니다.
  • 엔진과 모터가 부드럽게 작동해 정숙성이 좋고, 승차감도 편안합니다.
  • 차체 크기가 넉넉해 뒷좌석 공간도 여유롭습니다.
  • 수입차 중에서는 유지보수 비용이 비교적 합리적인 편으로, 국산 중형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 스포츠 주행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고,
  • 독일 세단처럼 날카로운 핸들링과 가속감을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고차로서의 안정성과 잔고장 적은 점을 생각하면, ‘편안하고 고장 걱정 덜한 차’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혼다 어코드 / 토요타 캠리 (대략 2015~2018년식)

두 모델 모두 중형 세단으로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엔진과 변속기 내구성이 좋고, 큰 고장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 부품 수급과 유지비가 수입차 중에서는 합리적인 편입니다.
  • 주행 성능이 무난하고 편안해, 일상 주행에 잘 어울립니다.

렉서스 ES보다 브랜드 이미지는 조금 덜 고급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합리적인 비용으로 오래 탈 차를 찾는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3. SUV – 실용성과 공간을 중시할 때

짐을 자주 싣거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경우, 같은 예산이면 세단보다 SUV가 더 실용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 티구안 (1세대 페이스리프트, 대략 2014~2017년식)

2.0 TDI 디젤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차체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실내가 꽤 실용적으로 나왔습니다.
  • 디젤 특성상 연비가 괜찮은 편입니다.
  • 유럽식 셋팅 특유의 탄탄한 주행감이 있어 고속도로에서 안정감이 좋습니다.
  • 동급 수입 SUV 중에서 매물 가격이 비교적 부담이 덜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 세대의 DSG(듀얼클러치) 변속기와 디젤 엔진 특성상,

  • 변속 시 울컥거림이나 지연 반응은 없는지,
  • DPF(매연저감장치) 경고등이 과거에 자주 뜬 이력이 있는지,
  • 도심 단거리 위주로만 사용되었던 차는 아닌지

이런 점들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디젤차는 짧은 거리 위주로만 계속 타면 배기가스 관련 부품이 빨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볼보 XC60 (1세대 페이스리프트, 대략 2014~2017년식)

볼보는 안전에 진심인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XC60은 그런 이미지를 대표하는 SUV 중 하나입니다.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각종 안전 장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 실내가 북유럽 특유의 차분한 느낌을 주어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 승차감이 부드러운 편이라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덜합니다.

다만

  • 부품 가격이 싸지는 않은 편이라, 고장 시 수리비 부담이 생각보다 클 수 있고,
  • 연비는 동급 디젤 SUV 중에서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안전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입니다.

2000만원대 수입 중고차를 살 때 꼭 생각해야 할 것들

차량 가격만 보고 계약했다가, 나중에 세금과 보험료, 첫 정비비까지 합치고 나서야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네” 하며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전체 비용을 넉넉하게 잡고 시작하는 편이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1. 예산은 차량 가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차량 가격 외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취등록세: 보통 차량가의 약 7~8% 정도입니다. 2000만원짜리 차량이라면 대략 140만~160만원 선을 예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보험료: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보험료가 더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운전 경력이 짧거나 연령이 낮을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차량을 보러 다니기 전에, 대략적인 보험료 견적을 먼저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초기 정비비: 중고차를 사면 대부분 엔진오일, 미션오일, 각종 필터,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등 소모품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00만~200만원 정도는 여유를 두어야 마음 편히 점검하고 교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량가 2000만원대를 생각한다면, 실제로는 총 2300만~2500만원 정도까지 여유 자금을 생각해 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2. 정비 이력과 성능 점검 기록부는 기본입니다

중고 수입차는 “이 차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최대한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보험 이력: 사고 여부, 수리 금액, 교체 부품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범퍼나 펜더 같은 겉부분 교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차체 골격(프레임) 손상이 있던 차는 웬만하면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제조사 서비스센터 정비 이력: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꾸준히 정비받은 차량은 관리 상태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습니다. 타이밍 체인, 미션 오일, 각종 캠페인(리콜 및 무상수리) 이력이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성능 점검 기록부: 법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류로, 사고·침수 여부, 주요 부품의 상태, 누유 여부 등이 적혀 있습니다.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필터 역할은 충분히 해줍니다.

3. 믿을 수 있는 제3의 정비소 점검을 받아보는 이유

판매자가 보여주는 서류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거래하는 매매상사와 관계없는 정비소, 예를 들어 평소 다니던 카센터나 수입차 전문 공업사에서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점검 비용은 대략 몇 만원 수준이지만,
  • 하부 부식, 누유, 미션 상태, 엔진 떨림, 전자장비 이상 등 눈에 잘 안 보이는 부분까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특히 BMW, 벤츠, 아우디 같은 독일 3사는 엔진오일 누유, 하체 부싱 노후, 타이밍 체인 소음, 미션 변속 충격 등 미리 발견하면 큰돈을 막을 수 있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은 일반인이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제3자 점검이 큰 도움이 됩니다.

4. 시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겉으로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실제로 몰아봐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운전할 때는 다음을 유심히 살펴보면 좋습니다.

  • 시동을 처음 걸었을 때(특히 엔진이 식어 있을 때) 이상한 금속 소리나 떨림이 있는지
  • 가속과 감속 시 변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울컥거리지는 않는지
  • 브레이크를 밟을 때 떨림이나 끽끽거리는 소리가 심하지 않은지
  • 직선 도로에서 핸들을 가만히 잡고 갈 때 차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지
  •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 하체에서 덜컹거리는 소리나 잡소리가 나지 않는지
  • 에어컨, 히터, 열선, 통풍, 창문, 내비게이션, 오디오, 전동 시트 등 전자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지 말고 정비소 점검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5. 주행거리보다 관리 상태를 보아야 하는 이유

수입차는 “주행거리만 짧으면 좋은 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 주행거리는 조금 많더라도, 오일과 소모품을 제때 교환하며 꾸준히 관리한 차
  • 주행거리는 짧지만, 장기간 방치되거나 정비를 거의 받지 않은 차

이 둘 중에서는 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 더 안전합니다. 연간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적은데도, 정비 이력이 거의 없다면 그 이유를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연간 주행거리가 일정하고, 정비 기록이 꾸준히 남아 있다면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6. 판매자와 판매처의 신뢰도

차량 상태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사느냐도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 개인 직거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서류와 점검을 특히 꼼꼼히 해야 합니다.
  • 인증 중고차 매장: 브랜드 인증 중고나, 검증 절차를 거친 대형 매장은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보증과 사후 대응 측면에서 안심이 되는 편입니다.
  • 일반 중고차 매매상사: 인터넷 후기나 주변 지인 추천 등을 참고해 신뢰할 만한 딜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와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7. 수입차만의 특성을 알고 준비해 두기

수입 중고차를 선택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추가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구입 전 다음 사항들을 미리 염두에 두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 부품 수급: 국산차보다 부품이 늦게 들어오거나, 가격이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사고나 수리 때 차량을 며칠 이상 맡겨야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공임비: 수입차 전문 정비소의 공임비는 대체로 국산차보다 높게 책정됩니다.
  • 모델별 고질병: BMW의 특정 엔진 타이밍 체인, 폭스바겐 DSG, 일부 아우디의 미션 이슈 등, 모델마다 자주 언급되는 약점이 있습니다. 미리 어떤 문제가 유명한지 알아보고, 실제 점검과 시운전 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000만원대 수입 중고차는 잘 고르면 국산차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세금, 보험, 정비비까지 넉넉히 생각하고, 차량 이력과 상태를 차분히 확인해 나가면, 후회할 가능성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시간과 발품이 조금 들더라도, 그 과정에서 차를 보는 눈도 함께 길러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