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컴퓨터 게임을 본 건, 화면 속 작은 캐릭터가 점프만 할 줄 알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게임 속에서 농사도 짓고, 친구도 사귀고, 인생을 통째로 다시 살아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의 머리 스타일이나 옷을 고르고, 집을 꾸미고, 스토리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임들을 접했을 때,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게임이 사람들, 특히 여성 사용자들에게 많이 사랑을 받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여러 장르의 게임들을 직접 해보고, 주변 이야기들도 듣게 됐습니다.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러 나이대의 사용자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여성 전용 게임’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성별에 따라 특정 장르만 즐겨야 하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많은 여성 사용자들이 재미있게 즐겼다는 후기, 평가, 커뮤니티 반응 등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스토리)가 탄탄하거나, 캐릭터 꾸미기가 자유롭거나, 함께 협동하는 멀티플레이, 혹은 눈이 편안한 그래픽처럼요. 이 글에서는 그런 특징을 가진 게임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를 고르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일상을 천천히 즐기는 라이프 시뮬레이션과 힐링 게임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싶을 때에는, 시간 제한이 심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는 게임들이 큰 휴식이 되어줍니다. 경쟁보다는 ‘나만의 속도’가 중요한 게임들입니다.
스타듀 밸리 (Stardew Valley)
스타듀 밸리는 작은 시골 마을에 내려와 농장을 가꾸는 게임입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농사 게임 같지만, 실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다양합니다. 밭을 일구고 작물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낚시를 하거나 광산을 탐험하고, 마을 축제에 참여하고, 마음에 드는 마을 주민과 친해져서 결혼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내가 계획한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줍니다. 아기자기한 픽셀 그래픽과 잔잔한 음악도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혼자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친구와 함께 농장을 운영하는 멀티플레이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심즈 4 (The Sims 4)
심즈 4는 가상 인물을 만들고 그 인물의 인생을 설계해 보는 게임입니다. 생김새, 성격, 말투부터 시작해서 집 구조, 직업, 인간관계까지 거의 모든 것을 직접 정할 수 있습니다. 집을 짓고 가구를 배치하는 인테리어 요소도 굉장히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어, 건축과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심즈 4는 기본 게임 위에 여러 확장팩과 팩이 추가되는 구조라서, 원하는 테마(반려동물, 대학 생활, 사계절, 도시 생활 등)를 고르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확장팩이 많다 보니 모두 다 구매하려 하면 비용이 꽤 들 수 있어, 본인이 관심 있는 테마 위주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즈니 드림라이트 밸리 (Disney Dreamlight Valley)
디즈니 드림라이트 밸리는 디즈니와 픽사 세계관 속 캐릭터들과 함께 마을을 복구하는 게임입니다. 미키 마우스, 모아나, 엘사 같은 친숙한 캐릭터들을 직접 만나면서 농사, 채집, 요리, 낚시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각 캐릭터마다 고유한 퀘스트와 스토리가 있어, 단순히 심부름만 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 캐릭터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집과 마을을 꾸밀 수 있는 요소도 풍부해, 좋아하는 캐릭터와 어울리는 분위기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포션 크래프트: 알케미스트 시뮬레이터 (Potion Craft: Alchemist Simulator)
포션 크래프트는 연금술사가 되어 손님들에게 필요한 물약을 만들어 판매하는 게임입니다. 그림책을 보는 듯한 독특한 그래픽과 손으로 재료를 빻고 섞어서 물약을 완성하는 과정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레시피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지도처럼 생긴 연금술 지도를 탐색하면서 새로운 조합을 찾아내야 하므로 퍼즐을 푸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전투나 긴박한 상황 없이 조용히 머리를 쓰며 플레이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선택의 재미, 어드벤처와 RPG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이나 롤플레잉 게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엔딩이나 등장인물의 관계가 달라지는 작품들도 많아서, 한 번 깨고 나서도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더스 게이트 3 (Baldur’s Gate 3)
발더스 게이트 3는 서양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 규칙을 바탕으로 한 턴제 RPG입니다. 2023년에 여러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외형과 배경, 성격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모험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동료들도 각각 개성이 강합니다. 전투는 실시간이 아니라 턴제 방식으로 진행되어, 차분히 전략을 세우며 행동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로 스토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다만 한국어 자막 지원 여부나 난이도, 그리고 다소 성숙한 표현들이 있다는 점은 플레이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Life is Strange) 시리즈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시간을 되감거나 조작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주변 인물들의 운명과 관계가 달라지며, 그 여파가 뒤늦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학교생활, 우정, 가족, 트라우마 등 현실적인 주제와 초자연적인 소재가 섞여 있어 감정선이 깊고 여운이 오래갑니다. 여러 작품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라서, 순서대로 플레이하면 세계관과 설정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호라이즌 제로 던 /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Horizon Zero Dawn / Forbidden West)
호라이즌 시리즈는 기계 생명체들이 지배하는 미래의 대지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에일로이의 여정을 다룹니다. 활과 함정,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거대한 기계들과 싸우는 전투가 핵심이고, 넓은 오픈월드를 탐험하며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밀을 파헤치게 됩니다. 에일로이는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가진 캐릭터라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풍경과 캐릭터 모델링이 매우 섬세해, 한동안 이동만 하며 주변 풍경을 구경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 (Cyberpunk 2077)
사이버펑크 2077은 거대한 미래 도시 ‘나이트 시티’를 무대로 한 오픈월드 RPG입니다. 출시 초기에 버그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여러 차례 패치를 거치면서 안정성과 완성도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캐릭터의 배경, 외형, 진행 방식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선택하는 대사와 행동에 따라 엔딩이 달라집니다.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사이드 퀘스트들도 스토리가 탄탄해, 메인 스토리 못지않게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다만 폭력성, 선정성, 어두운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플레이 전 연령 등급과 표현 수위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위쳐 3: 와일드 헌트 (The Witcher 3: Wild Hunt)
위쳐 3는 몬스터 사냥꾼 게롤트의 시점에서 방대한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는 게임입니다. 여러 상을 받으며 오랫동안 명작으로 꼽혀왔고, DLC(추가 콘텐츠)까지 포함하면 하나의 장편 소설을 여럿 읽는 듯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단순히 ‘착한 선택’과 ‘나쁜 선택’으로 나뉘지 않고, 각각의 선택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아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다양한 난이도 설정이 있어 전투를 어렵지 않게 조정할 수도 있지만, 역시 성인 등급에 해당하는 표현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가볍게 시작해서 오래 즐기는 캐주얼, 퍼즐, 협동 게임
길게 앉아서 집중하기보다는, 틈날 때마다 친구와 웃으면서 즐기고 싶다면 캐주얼하고 규칙이 간단한 게임들이 잘 맞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조작이 비교적 쉬운 대신, 협동이나 소통이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잇 테이크 투 (It Takes Two)
잇 테이크 투는 이름 그대로 두 사람이 함께 플레이해야 하는 협동 게임입니다. 한 화면에서 둘이서 퍼즐을 풀고 장애물을 넘으며 진행하는 방식이라, 혼자서는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무너져 가는 관계를 회복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동화 같은 세계관 속에서 풀어내면서, 각 챕터마다 전혀 다른 방식의 퍼즐과 액션이 등장합니다. 서로의 역할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며 협력하게 되고, 실수해도 크게 부담 없이 다시 도전할 수 있어 친구나 가족과 함께 하기 좋습니다.
포탈 2 (Portal 2)
포탈 2는 ‘포탈 건’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벽과 바닥에 포털을 열고, 그 포털을 통해 이동하며 퍼즐을 해결하는 게임입니다. 직접 총을 쏘는 전투 게임이 아니라, 물리학과 공간 감각을 활용해 길을 만들어 나가는 구조라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1인용 스토리 모드도 훌륭하지만, 둘이서 각자 다른 포털을 조합해 길을 뚫어 나가는 협동 모드도 인기가 많습니다. 인공지능 캐릭터의 유머러스한 대사와 독특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머리를 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해줍니다.
어몽 어스 (Among Us)
어몽 어스는 우주선이나 기지에서 여러 명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그중 숨어 있는 ‘임포스터’를 찾아내는 소셜 추리 게임입니다. 기본 규칙은 단순하지만,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행동이 수상한지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긴장감과 웃음이 동시에 생깁니다. 음성 채팅이나 문자 채팅을 활용하면 더욱 풍부한 심리전이 가능합니다. 게임 자체는 짧은 시간 안에 한 판씩 끝나므로, 친구들끼리 모여 가볍게 즐기기에 좋습니다.
손맛과 전략이 중요한 액션, 전략 게임
빠른 판단력과 손을 사용하는 조작에 자신이 있거나, 도전적인 게임을 좋아한다면 액션과 전략 장르도 좋은 선택이 됩니다. 난이도가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숙련될수록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데스 (Hades)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로그라이크 액션 RPG입니다. 지하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여러 구역을 돌파해야 하며, 실패하면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강해지고 새로운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버튼을 눌러 공격하고 회피하는 조작은 단순하지만, 능력을 어떤 식으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투 스타일이 크게 달라집니다. 신화 속 신들이 각자 개성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음악과 연출이 전투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줍니다.
컬트 오브 더 램 (Cult of the Lamb)
컬트 오브 더 램은 귀여운 양 캐릭터가 교단의 우두머리가 되어 추종자를 모으고 기지를 꾸리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한편으로는 던전에 들어가 적과 싸우는 액션 게임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돌아와서 건물을 짓고 자원을 관리하며 교단을 성장시키는 경영 시뮬레이션이기도 합니다. 동물 캐릭터 디자인은 귀엽지만, 소재 자체가 다소 어둡고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취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이런 대비 때문에 오히려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버워치 2 (Overwatch 2)
오버워치 2는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루어 상대 팀과 목표를 두고 싸우는 팀 기반 FPS 게임입니다. 조준 실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영웅이 가진 능력을 팀원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탱커, 딜러, 지원가처럼 역할이 나뉘어 있어,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 팀원을 살리거나 방어하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영웅들이 등장해, 캐릭터 설정과 스킨을 모으는 재미도 큽니다. 기본적으로 무료로 시작할 수 있지만, 스킨 등은 유료로 판매되므로 과소비에 주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발로란트 (Valorant)
발로란트는 5 대 5로 팀을 나누어 폭탄 설치와 해체를 두고 겨루는 전술 FPS입니다. 매우 정밀한 조준과 맵 이해도가 중요하며, 단순한 달리기보다는 소리와 시야를 계산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기본 전략입니다. 여기에 각 요원이 가진 스킬(벽을 세우거나 시야를 가리는 기술 등)이 더해져, 단순한 총싸움이 아니라 전술 싸움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오버워치 2와 마찬가지로 팀원 간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는 것이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게임 역시 기본 플레이는 무료입니다.
게임을 고를 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기준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있지만, 막상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평소 좋아하는 취향을 기준으로 삼아보면 선택이 조금 쉬워집니다.
- 영화나 소설 취향을 떠올리기: 감동적인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스토리 중심 게임을, 예능이나 버라이어티를 좋아한다면 캐주얼·파티 게임을 먼저 살펴보면 좋습니다.
- 게임 영상 먼저 보기: 구매하기 전, 실제 플레이 화면이 어떻게 보이는지 영상으로 확인하면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지 판단하기 쉽습니다.
- 무료 혹은 체험판 활용하기: 일부 게임은 무료로 플레이하거나, 일정 부분을 체험해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큰 비용을 들이기 전에 직접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 컴퓨터 사양 확인하기: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일수록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스토어나 설명에 적힌 권장 사양과 자신의 컴퓨터 사양을 비교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불필요한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연령 등급 살펴보기: 스토리가 깊은 게임일수록 폭력, 공포, 성인 표현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임에 표시된 연령 등급과 주요 표현 요소를 확인하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게임을 고를 때 ‘여성이라서 이런 게임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느낍니다. 다만 실제로 많은 여성 사용자들이 재미있게 즐긴 작품들을 참고하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때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은 할 수 있습니다. 농장을 가꾸는 소박한 일상부터, 우주에서의 심리전, 미래 도시의 모험까지, 화면 속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호기심이 가는 장르부터 하나씩 시도해 보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겨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