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갑자기 제주도를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급하게 비행기표를 찾다 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조금만 더 일찍, 조금만 덜 붐비는 날짜에 알아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남았습니다. 그 후로는 제주도 비행기표를 찾을 때마다 어느 시기가 싸고, 어느 시기가 비싼지 꽤 꼼꼼하게 살펴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일정도 그에 맞춰 잡게 되었습니다.
제주도 비행기표 가격은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요소가 섞여서 결정됩니다. 여행을 떠나는 시기, 요일, 시간대, 예약 시점, 항공사 프로모션 여부까지 모두 영향을 줍니다. 다만 대략적인 흐름은 분명하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기에는 비싸지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시기에는 저렴해지는 식입니다.
아래 내용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향을 정리한 것으로, 매년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기상 상황, 사회적 이슈, 항공사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있으면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훨씬 수월해집니다.
제주도 비행기표가 가장 저렴해지기 쉬운 시기
비행기표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때는 대체로 비수기 평일입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시기에는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1월 중순 ~ 2월 중순 (설 연휴 전후 제외)
연초라고 해서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닙니다. 1월 초 연휴가 끝나고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뒤부터, 2월 중순까지가 보통 비수기로 분류됩니다. 특히 설 연휴를 딱 빼고 보면, 이 시기에는 날씨가 춥고 여행 수요가 적어서 항공권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편입니다.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겨울이라 바다 바람이 세고 체감 온도가 낮습니다.
- 대신 숙박비와 렌터카 가격도 같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설 연휴 직전·직후 며칠은 예외적으로 비싸질 수 있습니다.
11월 중순 ~ 12월 중순 (연말·크리스마스 제외)
가을 단풍철이 지나고, 본격적인 연말 분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입니다. 여행지로서의 제주도 인기는 여전히 있지만, 여름 휴가철이나 봄꽃 시즌에 비하면 수요가 낮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 좋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지만, 한겨울만큼 춥지는 않습니다.
- 관광지에 사람이 너무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습니다.
- 다만, 크리스마스 전후와 연말(12월 말)은 다시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3월 초, 본격적인 봄꽃 시즌 직전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는 제주도 벚꽃과 유채꽃 시즌이 겹치면서 항공권과 숙박비가 크게 오르곤 합니다. 그래서 그 직전인 3월 초, 이른바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 시기는 상대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를 생각할 때 참고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꽃을 보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라 풍경이 다소 밋밋할 수 있습니다.
- 대신 성수기 직전에 조용한 분위기의 제주를 느낄 수 있습니다.
5월 중순 ~ 6월 중순 (연휴 제외)
5월 초에는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등의 공휴일이 겹치면서 짧은 성수기가 만들어집니다. 이 기간이 지나고, 7월 말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 전에 잠깐 숨을 고르는 구간이 바로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입니다.
이 구간의 장점은 꽤 뚜렷합니다.
- 날씨가 비교적 온화하고, 비행기와 숙소 가격이 여름 성수기보다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 바다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약간 이른 시기이지만, 드라이브나 걷기 여행에는 매우 좋습니다.
- 다만, 이 기간 안에 껴 있는 주말이나 징검다리 연휴는 예외적으로 비쌀 수 있습니다.
요일과 시간대에 따른 가격 차이
같은 주라도 어느 요일에 떠나고 어느 요일에 돌아오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집니다. 또, 같은 날이라도 비행 시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비행기표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일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향이 있습니다.
-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출발·도착 항공편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 금요일 저녁, 토요일, 일요일은 주말 여행 수요로 인해 가격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 월요일 아침 역시 주말에 제주에서 쉬다 돌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을 알고 있으면, 같은 기간에 여행하더라도 출발과 도착 요일을 조정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시간대에 따른 가격 차이
하루 중에서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시간대와 그렇지 않은 시간대가 나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차이가 생깁니다.
- 이른 아침 첫 비행기, 혹은 밤늦게 출발하는 막차 비행기는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 오전 10시 전후, 오후 2~4시처럼 여유 있게 이동하기 좋은 시간대는 가격이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너무 이른 시간이나 너무 늦은 시간대는 공항까지 이동하는 교통편, 숙소 체크인·체크아웃 시간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 위해 미리 준비할 것들
비행기표 가격은 단순히 운이 좋은 날을 기다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고 미리 움직이면, 같은 날짜에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예약 시점: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항공권은 무조건 일찍 산다고 해서 항상 가장 싼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출발일 1~2달 전쯤부터 적당한 가격대의 항공권이 많이 보이는 편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너무 촉박하게 예약하면 선택지가 줄어들고, 남은 좌석만 비싸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반대로 너무 미리 예약했다가, 나중에 항공사 특가가 나와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가항공사의 특가 프로모션 활용
제주 노선은 여러 저가항공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간이라, 각사에서 종종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항공사들이 대표적입니다.
- 제주항공
- 티웨이항공
- 진에어
- 에어부산
- 이스타항공(운항 상황은 시기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항공사들은 특정 기간에 한정된 좌석을 대상으로 아주 낮은 가격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수하물 규정이 일반 대형 항공사와 다를 수 있어, 위탁수하물이 필요하다면 추가 요금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 변경·환불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으므로, 일정이 확실할 때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 비교의 중요성
같은 날짜와 시간이라도, 항공사나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여러 곳을 한 번에 비교해보면 예상보다 더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어떤 사이트를 쓰더라도 아래와 같은 점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표시된 가격에 공항세, 유류할증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 수하물 포함 여부 체크하기
- 추가 수수료(결제 수수료, 좌석 지정료 등)가 있는지 마지막 단계까지 확인하기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태도
특정 날짜와 시간에 꼭 맞춰야 하는 여행이라면 선택지가 제한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출발일과 복귀일을 하루 이틀 정도 여유 있게 두고 검색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금요일 저녁 출발 대신 목요일 저녁이나 금요일 아침 비행기를, 일요일 복귀 대신 월요일 아침 복귀를 선택할 수 있다면, 같은 여행 기간이라도 전체 비용이 꽤 줄어들 수 있습니다.
피하는 것이 좋은 비싼 시기 (성수기)
제주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라, 특정 시기에는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듭니다. 이럴 때는 비행기표뿐 아니라 숙박, 렌터카, 식당 대기시간까지 모두 부담이 커집니다.
여름 휴가철: 7월 말 ~ 8월 중순
가장 많은 사람이 떠나는 시기입니다. 학생들의 방학, 직장인들의 하계휴가가 겹치면서 비수기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 제주도를 가야 한다면, 최소 몇 달 전부터 항공과 숙소를 함께 잡는 편이 유리합니다.
설날·추석 연휴 전후
설날과 추석은 고향 방문 수요가 더해져 전국이 동시에 이동하는 시기입니다.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 역시 빠르게 매진되는 편이고, 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릅니다. 연휴 당일뿐 아니라, 전날과 다음날까지도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휴일이 낀 연휴와 징검다리 휴일
어린이날, 삼일절,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공휴일이 있는 주는 대체로 짧은 성수기가 됩니다. 특히 주말과 붙거나, 하루만 휴가를 내면 긴 연휴가 되는 구조일 때는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오르곤 합니다.
벚꽃·유채꽃 시즌 (3월 말 ~ 4월 중순)
이 시기의 제주는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크게 붐빕니다. 벚꽃, 유채꽃 명소 주변 도로가 막히고, 인기 숙소는 몇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버리기 쉽습니다. 항공권 가격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므로, 이 시기를 목표로 여행을 준비한다면 훨씬 더 이른 시점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단풍과 가을 여행 시즌 (10월 중순 ~ 11월 초)
공기가 선선해지고, 하늘이 맑아지는 가을에도 제주도는 인기가 높습니다. 단풍과 억새, 가을 하늘을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몰리면서, 이 시기 역시 항공권 가격이 평소보다 높은 편입니다.
가격만이 기준은 아니지만, 알고 있을수록 선택이 편해지는 정보
비행기표가 싸다고 해서 항상 좋은 선택인 것은 아닙니다. 너무 이른 시간 비행기를 타느라 잠을 거의 못 자거나, 너무 늦게 도착해서 숙소 이동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으로 저렴한 시간대만 골라 잡다 보면, 여행 내내 피곤함이 쌓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공권을 고를 때는 다음 세 가지를 함께 고려하는 편이 좋습니다.
- 가격: 예산 안에서 합리적인 수준인지
- 시간대: 공항 이동, 숙소 체크인·체크아웃과 맞는지
- 여유: 여행 중 몸과 마음에 무리가 가지 않을지
제주도는 가까운 거리 덕분에 하루 또는 1박 2일 일정으로도 많이 찾는 곳이라, 작은 차이가 전체 여행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습니다. 비수기와 성수기의 흐름, 요일과 시간대에 따른 가격 차이, 그리고 항공사 프로모션의 특징을 알고 있으면, 같은 날이라도 더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런 정보들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비행기표를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