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장을 처음 갔을 때, 옆 타석에서 누군가가 홀인원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화면 속 공이 그린에 떨어지더니, 천천히 줄을 따라 굴러가다가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자 다들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그때부터 궁금해졌습니다. 왜 어떤 코스에서는 홀인원이 잘 나오고, 어떤 곳에서는 비슷하게 잘 쳐도 홀컵 근처에도 못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차이는 단순히 운이 아니라, 코스의 설계와 스크린 설정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크린 골프에서 홀인원이 잘 나오는 코스는 실제 골프장과 비슷한 원리를 따르지만, 시뮬레이터라는 특성 때문에 더 의도적으로 설계된 부분도 있습니다. 조금만 구조를 이해하면, 특정 홀에서 왜 자신감이 생기고, 또 어떤 홀에서는 괜히 불안한지 이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홀인원이 잘 나오는 짧은 파3 홀의 조건

스크린 골프에서 홀인원이 많이 나오는 홀은 대부분 파3 홀입니다. 그중에서도 거리가 짧은 홀이 특히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음 정도의 거리가 홀인원 시도를 하기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남성 기준: 약 100m ~ 130m
  • 여성 기준: 약 80m ~ 110m

이 정도 거리는 보통 자신 있는 아이언이나 유틸리티 클럽 하나로 충분히 공략이 가능합니다. 여러 번 쳐 본 거리라서 힘 조절과 방향 감각을 맞추기 편하고, 큰 스윙보다는 컨트롤 위주로 공을 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크린 골프에서는 측정된 비거리와 캐리 거리가 반복적으로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홀인원 거리’를 하나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홀인원을 노릴 때 중요한 것은 캐리 거리입니다. 캐리란 공이 처음 떠나서 땅에 떨어지기 전까지 날아간 거리를 말합니다. 홀인원을 노리는 홀에서는 이 캐리 거리가 바로 그린에 안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착지 후 얼마나 더 굴러가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9번 아이언으로 캐리 110m 정도를 보낸다고 가정하면, 핀까지 110m 전후인 홀에서 과감하게 홀인원을 노리기 좋은 것입니다.

홀컵을 끌어당기는 그린의 모양

홀인원이 잘 나오는 홀의 그린은 대부분 크게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너무 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 또는 옆으로 많이 기울어진 그린은 홀인원을 방해합니다. 공이 홀컵 쪽으로 굴러갈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홀인원에 유리한 그린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체적으로 평평하거나, 홀컵 쪽으로 완만한 내리막
  • 공이 떨어진 뒤, 너무 급하게 꺾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홀컵 쪽으로 향하는 라인
  • 핀 주변에 턱이 심하거나, 경사가 갑자기 바뀌는 부분이 적은 구조

스크린 골프 화면에서도 그린의 기울기를 화살표나 색깔로 표시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표시를 잘 보면 어디에 공을 떨어뜨려야 홀컵 쪽으로 자연스럽게 굴러갈지 감이 잡힙니다. 핀 바로 위쪽이나 약간 옆쪽 경사에 떨어뜨렸다가 굴려서 넣는 방식으로, 직접 홀컵을 노리는 것보다 성공 확률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벙커와 해저드가 적을수록 시도가 편해지는 이유

스크린 골프라고 해서 벙커나 해저드의 압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화면 속이라도 물과 모래가 눈에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힘이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홀인원이 잘 나오는 홀들은 대체로 그린 주변 장애물이 적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홀에서는 약간의 미스샷이 나더라도 다음과 같은 장점이 생깁니다.

  • 그린을 약간 벗어나도 크게 벌타를 맞지 않아 부담이 덜함
  • 안전하게 치다가도 한두 번은 과감하게 홀컵을 향해 직선으로 공략해볼 수 있음
  • 공이 튀거나 굴러서 다시 그린 쪽으로 들어올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많음

그린 주변이 탁 트여 있는 홀은, 화면으로 보기에도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심리적인 여유가 스윙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홀인원 가능성도 함께 높아집니다.

그린 스피드와 경도 설정의 숨은 영향

스크린 골프에서는 그린 스피드와 경도(하드니스)를 기계에서 설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값에 따라 같은 샷이라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린 스피드는 퍼팅할 때 공이 얼마나 잘 구르는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인데, 스크린 골프에서는 보통 2.7m ~ 3.0m 정도가 ‘보통~빠름’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홀인원을 노릴 때는 이 정도의 스피드가 비교적 유리합니다. 너무 느리면 공이 첫 착지 후 바로 멈춰버려 홀컵까지 굴러갈 여지가 부족하고, 너무 빠르면 핀을 살짝 스쳐 지나가 멀리까지 흘러가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도는 공이 그린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튀는지를 결정합니다.

  • 너무 부드럽게 설정되면 공이 그 자리에 박히듯 멈춰서 추가 굴림이 적어짐
  • 너무 단단하면 공이 튀어 오르거나, 방향이 크게 바뀌어 버릴 수 있음
  • 중간 정도의 경도에서 캐리와 런이 적당히 섞이는 상황이 홀인원에 가장 유리함

실제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보통 중간 수준의 스피드와 경도를 기본값으로 두는 곳이 많습니다. 만약 여러 명이 함께 치는 자리라면, 첫 홀이나 연습 그린에서 공이 얼마나 구르고 멈추는지 눈에 익혀두면, 파3 홀에서 핀 주변 떨어뜨릴 위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티박스와 그린 사이의 고저차가 만드는 추가 거리

홀인원이 잘 나오는 홀을 보면, 티박스에서 그린을 내려다보는 구조인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약간의 내리막이 있으면 공이 날아가는 동안 공중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되고, 그만큼 거리가 조금 더 나옵니다. 또 그린에 떨어진 뒤에도 앞으로 굴러갈 힘이 더해집니다.

하지만 내리막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경사가 너무 심하면 캐리 거리를 맞추기 어려워지고, 공이 떨어진 뒤에 과하게 굴러 핀을 훌쩍 지나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홀인원에 유리한 고저차는 ‘눈에 보일 정도지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완만한 내리막입니다.

스크린 화면에는 보통 티샷 위치와 그린 사이의 높이 차이를 숫자로 표시해줍니다. 예를 들어, “-3m”처럼 나와 있다면 티박스보다 그린이 3m 낮다는 뜻입니다. 이런 표시를 보고 클럽을 한 번호 바꾸거나, 스윙 힘을 조금 조절하는 습관을 들이면, 홀인원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바람 설정이 주는 작은 도움

실제 필드에서는 바람이 홀인원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입니다. 스크린 골프에서는 바람이 프로그램 안에서 계산되지만, 원리는 비슷합니다. 홀인원에 가장 유리한 바람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핀 방향으로 부는 약한 뒷바람
  • 측면 바람이 강하지 않은 상황

약한 뒷바람은 공의 비거리를 조금 더 늘려주고, 그린에 떨어진 뒤에도 앞으로 굴러갈 힘을 보태줍니다. 반대로 정면에서 부는 바람은 공을 금방 떨어뜨려 캐리 거리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같은 파3라도 바람 방향과 세기에 따라 전략을 달리 가져가야 합니다.

스크린 상단에 표시되는 바람 방향과 m/s 수치를 미리 확인하고, 보통 샷보다 살짝 길게 칠지, 방향을 한두 칸 조정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홀인원을 노려볼 만한 조건인지 아닌지가 한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스크린 골프장의 ‘홀인원 이벤트 홀’이 가진 공통점

많은 스크린 골프 시스템에서는 특별히 설계된 ‘홀인원 이벤트 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홀에서 홀인원을 달성하면 상품을 주거나, 기록을 따로 남겨주는 식으로 재미를 더합니다. 이런 홀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 적당히 짧은 파3 거리
  • 심한 경사가 없는 그린
  • 벙커, 해저드가 그린 주변에 적거나, 넓게 우회할 수 있는 형태
  • 그린 스피드와 경도가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 기본 설정
  • 티박스에서 그린이 잘 보이고 부담이 적은 시각적인 구성

이런 홀을 만났을 때는 평소보다 공략 방법을 조금 더 세밀하게 가져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단순히 “세게 한 번 때려보자”가 아니라, 거리, 바람, 경사, 그린 스피드를 한 번씩 점검한 뒤 자신 있는 클럽으로 스윙하는 식입니다. 스크린 골프의 장점은 같은 코스를 여러 번 플레이할 수 있어서, 특정 홀을 반복 연습해볼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한 번은 핀 오른쪽을 노려보고, 또 한 번은 핀 앞쪽 경사를 이용해 굴려보는 식으로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화면 속 공이 홀컵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직접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