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변기 옆을 물청소하다가, 바닥과 변기 사이에 있는 실리콘이 여기저기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곰팡이처럼 까맣게 변해 있어서 수세미로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바닥에 물이 남는 느낌이 들고, 청소를 자주 해도 냄새가 잘 사라지지 않으면서 이 얇은 하얀 줄의 역할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이 실리콘이 변기 주변의 물 새는 것을 막고, 먼지와 오염이 틈새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며, 욕실의 전체 인상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변기 실리콘이 언제, 왜, 어떻게 교체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변기 실리콘이 하는 일

변기 주변 실리콘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첫째, 물이 바닥 틈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아줍니다. 샤워를 할 때나 바닥을 물청소할 때, 변기 주변으로 물이 고이거나 스며들면 바닥 내부가 젖어 타일 줄눈이 손상되거나 아래층으로 물이 새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시공된 실리콘은 이런 물길을 미리 차단해줍니다.

둘째, 변기 아래로 먼지, 머리카락, 세제 찌꺼기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변기 아래쪽은 구조상 청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틈새가 그대로 열려 있으면 오염물이 쌓이면서 냄새와 곰팡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셋째, 보기 좋게 마감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깨끗한 욕실이라도 변기와 바닥 사이의 틈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면 어딘가 덜 정리된 느낌이 나는데, 실리콘이 깔끔하게 채워져 있으면 욕실이 정돈되고 위생적인 분위기로 보입니다.

변기 실리콘 교체가 필요할 때

실리콘은 한 번 시공했다고 해서 평생 그대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습기, 세제, 사용 연수에 따라 서서히 변하고, 어느 순간 교체가 필요해집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보이면 교체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겉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졌을 때

실리콘의 외관 변화는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신호입니다.

  • 누렇게 변색되었거나, 검은 곰팡이가 여기저기 피어 있고 세제로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을 때
  • 실리콘에 자잘한 금이 가 있거나, 군데군데 틈이 생겨 일직선이 아니라 끊어진 선처럼 보일 때
  • 변기나 바닥에서 가장자리가 떨어져 나와 들떠 있거나, 손으로 만졌을 때 가장자리가 잘 들리는 느낌이 날 때
  • 만지면 고무처럼 탄력 있게 눌리는 것이 아니라, 딱딱하게 굳어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부스러지듯 떨어질 때

이런 모습이 보이면 이미 실리콘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겉에서 봐도 이상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다음과 같은 현상이 있으면 실리콘 상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샤워를 하거나 바닥을 물청소한 뒤, 변기 주변 바닥에서 물이 계속 스며나오는 것처럼 보이거나 물기가 오래 남아 있을 때
  • 변기 주변에서 일부만 젖은 자국이 생기고, 닦아도 같은 자리만 반복해서 젖는다면 미세한 틈으로 물이 파고들고 있을 수 있습니다.
  • 욕실을 청소했는데도 변기 주변에서 하수구 냄새처럼 불쾌한 냄새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 때

이런 경우 실리콘 틈으로 오염된 공기나 냄새가 새어 나올 수 있어, 변기 밑면과 바닥 사이를 다시 점검하고 필요하면 실리콘을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바꿔야 할 때

실리콘은 눈에 보이는 문제가 없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예방 차원에서 교체하는 편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욕실 변기 주변 실리콘은 약 3년에서 5년 사이 주기로 바꿔주는 것이 권장됩니다. 욕실을 자주 물청소하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환경이라면 좀 더 자주 교체해주는 편이 위생적입니다. 또, 욕실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할 때는 변기 실리콘도 함께 새로 시공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변기 실리콘 교체 준비물

실리콘 교체는 전문 공구가 없어도 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도구를 준비하면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는 집에 이미 있을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는 철물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기존 실리콘 제거에 필요한 도구

  • 커터 칼 또는 다용도 칼: 실리콘을 길게 절단하고 떼어낼 때 사용합니다.
  • 실리콘 제거 칼(코킹 스크래퍼): 실리콘 전용으로 나온 도구가 있으면 좁은 틈을 따라 긁어내기 좋습니다.
  • 헤라 또는 퍼티 나이프: 넓은 면이나 남은 찌꺼기를 벗겨낼 때 도움이 됩니다.
  • 걸레나 휴지: 긁어낸 실리콘 조각과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필요합니다.

청소와 살균을 위한 준비물

  • 곰팡이 제거제 또는 락스 계열 세제: 실리콘을 떼어낸 뒤 틈새에 남은 곰팡이와 누렇게 변한 부분을 정리할 때 사용합니다.
  • 소독용 에탄올 또는 알코올 세정제: 실리콘을 새로 바를 자리를 깨끗이 닦고, 남아 있는 유분기를 없애서 접착력을 높이는 데 좋습니다.
  • 마른 걸레와 깨끗한 천: 물기를 완전히 닦아내고, 에탄올로 닦은 뒤에도 마무리용으로 사용합니다.
  • 칫솔이나 작은 솔: 좁은 틈이나 모서리 부분을 세밀하게 문질러 청소할 때 유용합니다.

새 실리콘 시공을 위한 준비물

  • 욕실용 실리콘(바이오 실리콘):
    변기 주변처럼 항상 젖어 있을 수 있는 곳에는 곰팡이 방지 기능이 포함된 욕실 전용 실리콘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100% 실리콘 재질 제품은 방수성과 접착력이 뛰어나며, 색상은 보통 흰색이나 반투명 제품이 많이 쓰입니다.
  • 실리콘 건(코킹 건):
    실리콘 튜브를 끼워서 일정한 힘으로 짜낼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 마스킹 테이프:
    실리콘 라인을 반듯하고 일정하게 만들고 싶을 때 변기와 바닥 양쪽에 붙여 경계를 잡아줍니다.
  • 실리콘 헤라 또는 고무장갑:
    실리콘을 바른 후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는 데 사용합니다. 도구가 없다면 고무장갑을 낀 손가락을 사용하는 방법도 많습니다.
  • 장갑:
    칼을 다룰 때 손을 보호하고, 세제나 실리콘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변기 실리콘 교체 과정

변기 실리콘 교체는 크게 네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존 실리콘 제거, 청소와 건조, 새 실리콘 도포, 그리고 마무리와 건조입니다. 한 단계씩 천천히 진행하면 됩니다.

1단계: 기존 실리콘 제거

먼저 작업할 공간부터 확보합니다. 변기 주변에 놓여 있는 쓰레기통, 욕실용품 등을 옮기고,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다면 깨끗이 닦아서 말려줍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슬리퍼 바닥도 한 번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그 다음 커터 칼이나 실리콘 제거 칼을 이용해 기존 실리콘의 윗부분을 따라 길게 절단합니다. 이때 칼날이 변기 도기 표면이나 타일을 깊게 긁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실리콘과 변기, 실리콘과 바닥이 만나는 경계를 따라가며 양쪽을 모두 끊어줍니다.

양쪽이 충분히 끊어졌다면 손이나 도구로 실리콘을 잡고 길게 당겨봅니다. 상태가 많이 나쁘지 않다면 생각보다 통째로 쭉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떨어지지 않는 부분은 헤라나 퍼티 나이프로 조금씩 밀어 올리듯이 떼어냅니다.

겉에 보이는 실리콘을 제거한 뒤에는, 틈새에 붙어 있는 자잘한 잔여물이 남습니다. 이 부분을 신경 써서 제거해주는 것이 이후 작업의 완성도를 좌우합니다. 헤라와 칼을 번갈아 쓰면서, 끈적이거나 울퉁불퉁한 부분이 최대한 없어지도록 긁어냅니다. 나오지 않는 작은 조각은 무리해서 파내기보다는, 다음 단계의 청소 과정에서 함께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2단계: 틈새 청소와 완전 건조

실리콘을 떼어낸 자리에는 오래 쌓인 때, 곰팡이, 세제 찌꺼기 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때 한 번 제대로 정리해두면 새 실리콘이 더 오래 깨끗한 상태로 버틸 수 있습니다.

곰팡이나 누렇게 변한 자국이 보인다면 곰팡이 제거제나 락스를 희석해 틈새에 골고루 뿌려둡니다. 잠시 두었다가 칫솔이나 작은 솔로 문질러 오염을 제거합니다. 이때 욕실 문을 열고 환풍기를 틀어, 냄새와 가스가 빠져나가도록 꼭 환기를 해줘야 합니다.

세제를 충분히 헹군 뒤에는 마른 걸레로 변기와 바닥의 물기를 가능한 한 완전히 닦아줍니다. 그런 다음 알코올이나 소독용 에탄올을 천에 묻혀 실리콘을 바를 위치를 꼼꼼히 문질러줍니다. 이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분과 미세 먼지를 없애, 새 실리콘이 단단히 달라붙도록 도와줍니다.

청소와 탈지 작업이 끝났다면 충분한 건조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소 30분 이상, 여유가 된다면 한 시간 이상 두는 편이 좋습니다. 급하다면 드라이기를 약한 바람으로 사용해 물기를 날려보낼 수도 있습니다. 손으로 만졌을 때 완전히 보송보송한 느낌이 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3단계: 마스킹 테이프 부착

실리콘을 어느 정도 다뤄본 경험이 있다면 테이프 없이도 작업할 수 있지만, 선이 삐뚤어지거나 양쪽 두께가 들쑥날쑥해지는 것이 걱정된다면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기와 바닥이 만나는 선을 기준으로, 실리콘이 올라갈 폭을 상상하면서 양쪽에 평행하게 테이프를 붙입니다. 실리콘이 닿을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가린다는 느낌으로 붙이면 됩니다. 테이프 끝이 뜨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어야 나중에 실리콘이 그 틈 사이로 새어 나가지 않습니다.

4단계: 새 실리콘 도포

이제 새 실리콘을 짜낼 준비를 합니다. 실리콘 튜브 앞부분의 뾰족한 노즐을 칼로 잘라줍니다. 이때 구멍은 너무 크게 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변기와 바닥 틈의 크기보다 약간 더 넓을 정도의 크기로 사선으로 잘라주면, 실리콘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틈을 채우고 표면에도 적당한 두께로 올라가게 됩니다.

실리콘 건에 튜브를 장착한 뒤, 안쪽의 막혀 있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뚫어줍니다. 건의 방아쇠를 몇 번 눌러 실리콘이 노즐 끝으로 살짝 나올 정도까지 준비하면 됩니다.

변기와 바닥이 만나는 선을 따라 실리콘 건의 노즐을 최대한 가깝게 대고, 한쪽 끝에서부터 반대쪽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당기면서 실리콘을 짜냅니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한 번에 이어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적게 바르면 틈새가 충분히 메워지지 않고, 너무 많이 바르면 나중에 정리할 때 옆으로 과하게 번질 수 있기 때문에, 틈이 확실히 덮일 정도의 두께를 유지하려고 신경 써줍니다.

5단계: 표면 마무리와 테이프 제거

실리콘을 모두 도포했다면 바로 표면 정리에 들어갑니다. 시간이 지나 굳기 시작하면 모양 내기가 어려워지므로, 가능한 한 5분 이내에 마무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리콘 헤라가 있다면 곡선에 맞는 모양을 골라, 실리콘을 살짝 누르면서 변기 둘레를 따라 천천히 밀어줍니다. 도구가 없다면 고무장갑을 낀 손가락 끝에 주방 세제를 물에 살짝 희석해 묻히고, 실리콘을 부드럽게 누르며 쓸어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제가 너무 많이 묻으면 실리콘이 제대로 밀리지 않거나 거품이 많이 날 수 있으니, 소량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 쓸어 지나가면서 실리콘 표면이 매끈해지고, 양옆으로 살짝 퍼지면서 테이프로 가려진 부분까지 고르게 채워지는 모양이 됩니다. 필요하다면 두세 번 정도 반복하되, 계속 문지르다 보면 오히려 모양이 흐트러질 수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표면 정리가 끝났다면, 실리콘이 완전히 굳기 전에 마스킹 테이프를 바로 떼어냅니다. 변기와 바닥을 따라 한쪽 방향으로 천천히 당기면서 떼면 실리콘 라인이 깔끔하게 드러납니다. 이때 실리콘이 테이프에 달라붙어 함께 끌려 나오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살짝 눌러가며 조심스럽게 제거합니다.

6단계: 충분한 건조와 환기

실리콘은 겉면이 먼저 마르고, 그 다음 안쪽까지 서서히 굳습니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겉이 굳는 데 몇 시간, 완전히 경화되는 데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가 걸립니다.

변기 주변 실리콘은 물과 직접 맞닿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소 24시간 동안은 변기 주변 바닥에 물이 튀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편이 안전합니다. 가능하다면 48시간 정도는 샤워를 할 때 변기 주변이 최대한 젖지 않도록 주의해주면 더 좋습니다. 그 사이에는 욕실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자주 돌려 실리콘 냄새와 수분이 잘 빠져나가게 합니다.

작업할 때 기억하면 좋은 점들

실리콘 교체는 한 번만 해보면 다음부터 훨씬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처음 시도할 때는 몇 가지를 특히 신경 쓰는 편이 좋습니다.

  • 작업 내내 환기를 유지합니다. 실리콘과 세제 냄새가 섞여 머리가 아플 수 있으니, 문과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틀어두면 훨씬 편합니다.
  • 실리콘을 본격적으로 바르기 전에, 종이나 버리는 박스 위에 조금 짜서 손에 힘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연습해보면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 변기 뒤쪽, 벽과 맞닿은 부분을 실리콘으로 완전히 막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편입니다. 혹시 변기 안쪽에서 미세한 누수가 생겼을 때 바닥으로 새는 물을 빨리 발견하기 위해 일부러 뒷부분을 비워두는 사람도 있고, 청소와 위생을 위해 전체를 둘러 막는 사람도 있습니다. 집의 상황과 관리 방식을 생각해 스스로 결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 칼과 헤라를 사용할 때는 항상 손의 위치를 확인하고, 날이 미끄러져도 손 쪽으로 향하지 않도록 방향을 조절해야 합니다. 장갑을 끼고 천천히 작업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변기 실리콘은 평소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한 번 제대로 교체해두면 욕실 분위기가 훨씬 깨끗하고 단정해집니다. 틈새에 물이 고이는 일이 줄어들고, 청소할 때도 주변 정리가 훨씬 수월해지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손을 한 번 봐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