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가사는 다 알아듣지 못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지면서도 찌릿하게 아파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화면 속 인물들이 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장면보다도, 엔딩 무렵에 흐르던 한 곡이 오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다 본 뒤에도 며칠 동안 흥얼거리게 되는 그 음악이 바로 영화 <영웅본색>의 주제가, 장국영이 부른 “當年情(당년정)”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알고 나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그냥 멋진 총격전 영화가 아니라, 한때 서로를 위해 뭐든지 하던 사람들의 지난 세월과 선택,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담은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곡을 제대로 알고 싶어졌고,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버전이 있는지,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 마음에 남는지 하나씩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當年情(당년정)”이라는 곡에 대하여

“當年情(당년정)”은 1986년에 공개된 홍콩 영화 <영웅본색>을 위해 만들어진 주제가입니다. 제목을 그대로 풀면 “그때의 마음”, “그 시절의 정”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지나온 젊은 날, 함께했던 시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감정이 이 한 단어에 담겨 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장국영입니다. 중국어 이름으로는 장궈룽(張國榮)이라고 쓰고, 영어 이름은 레슬리 청(Leslie Cheung)입니다. 그는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하며 홍콩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고, <영웅본색>에서 연기와 노래 모두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當年情”은 광동어로 불린 버전이 가장 유명합니다. 광동어는 홍콩과 광둥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1986년 영화 개봉과 함께 발표되었고, 지금까지도 영화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곡으로 언급됩니다.

누가 만들고, 어떻게 완성된 노래인지

“當年情”은 한 사람이 혼자 만든 곡이 아니라, 각각 역할이 분명히 나뉘어 있는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먼저 멜로디를 만든 사람, 즉 작곡가는 고가휘(顧嘉煇, Joseph Koo)입니다. 그는 홍콩에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가요를 만든 유명 작곡가로, 당시 TV와 영화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멜로디가 귀에 잘 들어오면서도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가사를 쓴 사람, 작사가는 황점(黃霑, James Wong)입니다. 그는 작사가이자 방송인, 영화계에서 여러 역할을 했던 인물로, 감정이 풍부하면서도 간결한 표현으로 사랑받았습니다. “當年情”의 가사는 지나온 날들을 떠올리면서도, 단순히 추억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의 상처와 후회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곡과 작사가 곡의 뼈대와 마음을 만들었다면, 그걸 실제로 숨 쉬게 만든 사람은 노래를 부른 장국영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섬세하면서도 힘이 있고, 밝음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이 노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영화 속에서 이 노래가 하는 역할

<영웅본색>은 겉으로 보면 범죄와 복수를 다룬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형제 사이, 친구 사이의 신뢰와 배신, 그리고 책임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當年情”은 이런 이야기를 음악으로 요약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에서 이 노래는 여러 인상적인 순간에 흘러나옵니다. 주윤발, 장국영, 적룡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또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등에서 배경으로 깔립니다. 대사가 없이 화면과 음악만 흐르는 부분에서도 “當年情”의 멜로디가 인물들의 속마음을 대신 말해줍니다.

총성과 폭발음이 가득한 영화지만, 마지막에 기억에 남는 것은 의외로 이 조용한 노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물들이 겪어온 시간과 선택의 결과가 한 곡에 응축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當年情”은 단순한 영화 주제가가 아닌, <영웅본색>이라는 세계 전체를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습니다.

광동어 버전과 만다린 버전

“當年情”은 기본적으로 광동어 버전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같은 멜로디에 다른 가사가 붙은 만다린(보통화) 버전도 존재합니다. 두 버전 모두 장국영이 직접 불렀습니다.

만다린 버전은 대만 등 만다린을 주로 사용하는 지역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 활용되었습니다. 제목은 똑같이 “當年情”으로 적는 경우가 많지만, 가사의 표현 방식과 어휘는 당연히 다릅니다. 광동어 가사가 홍콩 특유의 정서와 말투를 담고 있다면, 만다린 버전은 좀 더 넓은 중화권 관객에게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버전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같은 멜로디라도 언어와 발음, 리듬에 따라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광동어 버전의 거친 듯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더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만다린 버전의 부드럽고 정돈된 인상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연주곡으로 다시 태어나는 “當年情”

<영웅본색>의 사운드트랙에는 장국영이 부른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當年情”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여러 연주곡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곡이지만 가사가 사라지고 악기만으로 연주되면, 감정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편곡들이 사용되었습니다.

  • 오케스트라 버전: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영화의 비장한 분위기와 스케일을 살려줍니다.
  • 피아노 솔로 버전: 조용한 장면이나 인물의 내면을 보여줄 때, 잔잔한 피아노 선율로 쓸쓸함과 후회를 표현합니다.
  • 기타나 기타 중심 편곡: 조금 더 개인적인 느낌, 골목이나 방 안에서 혼자 과거를 떠올리는 듯한 분위기에 어울립니다.

이 연주곡들은 영화에서 대사가 많지 않은 부분에 활용되며, 관객이 인물의 감정을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음악이 너무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배경으로 사라지지도 않으면서, 장면의 분위기를 조금씩 밀어 올립니다.

영화 스코어와 홍콩 느와르의 정서

<영웅본색>의 OST에는 “當年情”뿐만 아니라, 영화의 여러 상황을 위해 별도로 작곡된 스코어 음악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스코어는 가사가 없는 배경 음악으로, 장면의 긴장감이나 속도, 감정을 조절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영화의 스코어들은 홍콩 느와르 특유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습니다. 느와르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 도시의 어둑한 골목, 정의와 범죄가 뒤섞인 세계를 그리는 장르입니다. <영웅본색>의 음악은 이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때로는 무겁고 낮은 음을 사용해 불안함을 키우고, 때로는 빠른 리듬으로 추격 장면과 총격전을 더 긴박하게 만듭니다.

또한 홍콩의 거리 풍경, 항구와 빌딩 숲, 빗속의 네온사인 같은 이미지와 어울리는 음색이 많이 쓰입니다. 이런 음악들이 모여서, 관객이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어도 “아, 이건 홍콩 영화다”라는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당년정”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

“當年情”이 발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영화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노래 자체가 세월을 타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멜로디가 매우 기억에 잘 남습니다. 몇 번만 들어도 후렴 부분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고 싶을 만큼 명확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단순해서 금방 질리는 것도 아니라, 들을 때마다 다른 감정이 떠오릅니다.

둘째로, 가사가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서 “시간”과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한때는 모든 걸 함께 했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와 상처, 이해와 용서가 음악 속에 스며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또는 각자의 경험이 쌓일수록 이 노래가 다르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국영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 노래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줍니다. 그는 생전에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고, 지금도 그의 음악과 영화는 계속 회상됩니다. “當年情”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그의 목소리와 함께 시간을 건너 이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보면 “當年情”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에 붙어 있는 주제가가 아니라, 어느 시대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우정, 가족애, 후회와 추억을 함께 떠올리게 만드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웅본색>의 OST 전체는 이 노래를 중심으로, 다양한 버전과 스코어를 통해 한 세계를 풍부하게 쌓아 올립니다.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이라면 음악을 통해 장면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