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말정산을 준비하던 해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주변에서 연금저축이니 IRP니 말은 많은데, 어디에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900만원을 채워야 세액공제를 최대로 받는다”는 말만 들었지, 연금저축과 IRP를 어떻게 섞어야 하는지는 설명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실제로 계좌를 만들고 납입해 보면서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금저축과 IRP의 기본부터 세액공제를 극대화하는 구조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습니다.
먼저 핵심부터 정리하면, 세액공제를 최대한 활용하는 대표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금저축에 연 600만원, IRP에 연 300만원을 납입하여 합계 900만원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이때 900만원 전부가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고, 세금 혜택은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금저축과 IRP, 기본 개념부터 정리하기
연금저축과 IRP는 모두 노후자금을 마련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공통점도 많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느껴집니다. 기본 개념을 간단히 구분해 보겠습니다.
연금저축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노후 준비 상품입니다. 보통 세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신탁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연금저축펀드는 펀드나 ETF에 투자할 수 있어 주식, 채권, 리츠 등 다양한 자산에 폭넓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퇴직금을 굴리거나, 추가로 노후자금을 적립하는 계좌입니다. 직장인이 퇴직할 때 퇴직금을 IRP로 옮기는 경우가 많고, 퇴직금이 없더라도 개인이 직접 가입해서 추가로 납입할 수도 있습니다. IRP 계좌 안에서도 예금, 채권형 펀드, 주식형 펀드, ETF 등 여러 상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두 계좌 모두 납입할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계좌 안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배당, 평가차익에는 바로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내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장기간 복리 효과를 누리기 좋은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 한도 이해하기: 왜 600만원 + 300만원인가
2024년 기준으로, 연금저축과 IRP에 대한 세액공제 규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만 따로 보았을 때는 1년에 최대 6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연금저축에 700만원을 넣더라도 세액공제는 600만원까지만 적용됩니다.
IRP만 가입해서 납입한다면,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회사에서 넣어주는 퇴직급여는 포함되지 않고, 본인이 추가로 납입하는 금액만 해당됩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동시에 활용할 때는 두 계좌를 합쳐서 1년에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연금저축 부분은 최대 600만원까지만 인정되고, 그 이상은 아무리 더 넣어도 세액공제 한도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남은 한도(최대 300만원)는 반드시 IRP에 납입해야 900만원을 꽉 채울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연금저축과 IRP를 모두 활용하면서 세액공제 한도 900만원을 가득 채우는 대표적인 구성은 연금저축 600만원, IRP 300만원입니다. 이 비율은 세법 규정에 맞춰 한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연금저축 600만원을 먼저 채우는 이유
연금저축과 IRP 둘 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연금저축을 먼저 채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로 계좌를 운용해 보면 두 제도의 자유도 차이가 꽤 크게 다가옵니다. 그중 대표적인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연금저축은 투자 상품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특히 증권사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이용하면, 국내외 주식형 ETF, 채권형 ETF, 리츠, 다양한 펀드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IRP 역시 여러 상품에 투자할 수 있지만, 금융회사별로 편입 가능한 상품 종류에 제한이 더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IRP와 달리 연금저축에는 법적으로 강제되는 안전자산 비율 규정이 없습니다. IRP는 계좌 내 자산 중 위험자산(주식형 펀드, 주식형 ETF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이 일정 한도(일반적으로 70% 이내)로 제한되어 있고, 나머지는 예금이나 채권형 상품 같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두어야 합니다. 실제 운용 규정의 세부 비율은 금융회사나 상품 구조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IRP는 일정 부분을 꼭 안전자산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가입자의 성향에 따라 주식 비중을 높이거나, 채권·현금 비중을 낮추는 식으로 더 공격적인 운용도 가능합니다.
셋째, 필요할 때 돈을 찾는 과정의 번거로움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두 제도 모두 노후자금이라는 목적 때문에 중도 해지 시 세금상 불이익이 있지만, 중간에 일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IRP는 규정이 더 엄격하고, 실제 출금 절차도 더 번거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연금저축 쪽이 상대적으로 운용과 관리가 조금 더 유연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세액공제 한도 안에서 먼저 연금저축 600만원을 채운 뒤, 추가 세액공제 한도를 IRP로 채우는 구조가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장기간 투자 관점에서 주식 비중을 높이고 싶은 사람에게 연금저축펀드는 상당히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IRP 300만원을 더하는 의미: 안정성과 세액공제의 보완
연금저축만으로는 세액공제 한도가 최대 600만원에 그칩니다.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남은 300만원은 IRP를 통해서만 채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금저축 600만원을 채운 사람이라면, IRP에 300만원을 추가 납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가 됩니다.
IRP의 특징 중 하나는 안전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가져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자산의 최소 30% 이상을 예금이나 채권형 상품 등에 두어야 한다는 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계좌 전체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제도 자체가 어느 정도 막아주는 셈입니다.
IRP에서 자주 사용되는 자산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안전자산: 정기예금, 원리금보장형 상품, 채권형 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
- 위험자산: 주식형 펀드, 주식·채권 혼합형 펀드, ETF 등
이 구조를 잘 활용하면, 전체 노후자산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기 좋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에서는 주식형 ETF 비중을 높여 성장성을 추구하고, IRP에서는 채권형 펀드와 예금 위주로 구성해 안정성을 강화하는 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두 계좌를 합쳤을 때 적절한 위험·수익 균형을 맞출 수 있고, 세액공제 혜택도 최대치인 900만원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900만원 납입 시 실제 세액공제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세액공제는 단순히 “얼마까지 공제된다”는 한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진다는 점도 꼭 함께 봐야 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연금저축과 IRP 합산 900만원을 납입했을 때의 세액공제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먼저 총급여액이 5,500만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금액이 4,5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세액공제율이 16.5%입니다. 여기에는 지방소득세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900만원을 납입했다면 900만원에 16.5%를 곱해 1,485,000원을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총급여액이 5,500만원을 초과하거나 종합소득금액이 4,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세액공제율이 13.2%입니다. 이때 900만원을 납입했다면 900만원의 13.2%인 1,188,000원이 세액공제액이 됩니다.
세액공제는 말 그대로 내야 할 세금에서 바로 빼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같은 금액을 다른 저축이나 투자 상품에 넣는 것과 비교했을 때 시작부터 몇십만 원 이상의 “보너스 수익”을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소득 수준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지므로, 내 연봉이나 종합소득금액 구간을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세액공제 한도 밖의 납입금은 어떻게 될까
연금저축과 IRP는 세액공제 때문에 관심을 받지만,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하여 납입한 돈도 완전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24년 기준으로 두 제도를 합쳐 연간 최대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세액공제는 최대 900만원까지만 되지만, 그 이상 넣은 금액도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해당 연도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계좌 안에서 굴러가는 동안 발생하는 이자나 평가차익에는 여전히 과세가 이연됩니다.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 세금이 붙되,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비과세 혹은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법 세부 내용과 해석은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시점에 따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세액공제 한도를 매년 다 채우지 못했을 때 일부 이월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개인의 납입 패턴, 소득 구간, 당시 법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는 최신 기준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장기 투자 전제로 봐야 하는 이유
연금저축과 IRP는 어디까지나 노후 대비용 제도입니다. 제도를 설계한 취지 자체가 “장기적으로 노후자금을 쌓으라”는 것이기 때문에, 중도 해지나 중간 인출에 대해 상당한 불이익을 두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두 제도 모두 일정 기간 이상 납입하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수령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온전히 지킬 수 있습니다. 중간에 계좌를 해지하거나, 연금이 아닌 기타소득 형태로 일시 인출하면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를 다시 토해내는 것에 더해 기타소득세 16.5% 수준의 세금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쓸 자금은 애초에 연금계좌로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노후자금이라는 목적을 잊지 않고, 최소 10년 이상, 길게는 20~30년 보유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할수록 연금저축과 IRP의 장점이 잘 살아납니다. 세액공제로 절세 효과를 얻고, 계좌 안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과세를 뒤로 미루면서 복리 효과를 크게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저축과 IRP 안에서의 자산 배분 전략
연금계좌를 운영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디에 얼마나 나눠 넣어야 하느냐”입니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준은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가액이 일시적으로 크게 흔들려도 장기적으로 수익을 기대하며 버틸 수 있는지, 아니면 변동성이 너무 크면 잠을 못 이루는 편인지에 따라 주식과 채권, 예금 비중이 달라져야 합니다.
투자 기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 55세까지 남은 기간이 20년 이상이라면, 주식이나 주식형 ETF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은퇴 시점이 가까울수록 채권, 예금 등의 안정자산 비중을 점차 높여 변동성을 줄여 나가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동시에 운용한다면, 두 계좌의 성격을 나눠서 사용하는 전략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에서는 주식형 ETF, 주식형 펀드 등 성장주 중심의 상품을 주로 담고, IRP에서는 채권형 펀드, 예금,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구성해 계좌 자체를 일종의 “완충 장치”로 두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IRP의 안전자산 의무 비율도 자연스럽게 충족하면서, 전체 자산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 선택과 수수료, 상품 구성 살펴보기
실제 계좌를 만들 때는 어느 금융회사를 선택하느냐도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같은 연금저축펀드, 같은 IRP라도 증권사, 은행, 보험사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다를 수 있습니다.
- 운용·관리 수수료(계좌 유지비, 자산관리 수수료 등)
- 투자 가능한 펀드·ETF 라인업
- 모바일 앱 사용 편의성, 리밸런싱 기능, 자동 투자 기능 등
- 제공되는 리포트, 상담 서비스, 교육 자료 등
장기 투자일수록 수수료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크게 누적됩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성격의 펀드라면, 운용보수가 낮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ETF는 일반 액티브 펀드보다 보수가 낮은 경우가 많아, 연금저축펀드나 IRP에서 ETF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많이 활용됩니다.
상품을 선택할 때에는 단기 수익률에만 매달리기보다, 보수 수준, 운용 규모, 장기 성과,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여러 금융회사의 연금저축·IRP 안내 자료를 비교해 보고, 실제 계좌 개설 전에 수수료표와 상품 목록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연금저축과 IRP는 겉으로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구조를 차근차근 이해하고 나면 비교적 단순한 원리 위에서 돌아가는 제도입니다. 세액공제 한도, 각 계좌의 특징, 내 소득 구간과 투자 성향을 하나씩 맞춰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납입 전략과 자산 배분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연금 계좌는 한 번 만들고 잠깐 들여다보는 상품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함께 가야 할 동반자에 가깝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조금 시간을 들여 구조를 이해해 두면 그만큼 이후의 선택이 훨씬 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