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싱가포르를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달력부터 꺼내놓고 한참을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같은 비행기인데도 날짜를 하루만 바꿔도 가격이 훌쩍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조금 억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여행 날짜를 정하기 전에 먼저 항공권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부터 살펴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어느 시기가 싱가포르 항공권이 비교적 저렴한지, 또 언제가 특히 비싼지를 하나씩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런 경험과 함께, 잘못 알려진 부분은 바로잡고, 조금 더 넓게 정리해 본 싱가포르 항공권 시기 선택 이야기입니다.
싱가포르 항공권 가격은 계절, 연휴, 행사, 학사 일정, 항공사 프로모션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섞여서 정해집니다. 그래서 “무조건 이 달이 가장 싸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과 싱가포르의 연휴 패턴, 여행 수요가 몰리는 시기, 실제 항공권 가격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대략적으로 저렴한 구간과 비싼 구간을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항공권이 저렴해지기 쉬운 시기
특별한 연휴나 방학이 없는 기간에는 일반적으로 항공권 수요가 줄어드는 편입니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노선을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시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3월 중순 이후부터 4월 초 전까지입니다. 한국의 설 연휴가 지나고, 싱가포르의 춘절(중국 설) 연휴도 어느 정도 지나간 뒤라 큰 이동 수요가 한 번 꺾이는 시기입니다. 또 부활절, 해외 일부 국가의 봄방학과 겹치는 기간을 피하면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국내 학교별 졸업식, 입학식, 학기 시작 일정에 따라 가족 여행 수요가 살짝 섞일 수 있어 완전히 항상 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5월 중순 이후부터 6월 초 직전까지입니다. 5월 초에는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으로 짧은 연휴가 붙을 수 있는데, 이 구간에는 왕복 항공권이 한꺼번에 오르는 경우가 잦습니다. 반대로 그 연휴를 지나고 나면 여름방학과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이라 비교적 숨을 고르는 구간이 되곤 합니다. 다만 해마다 공휴일과 주말 배치가 달라지므로, 정확한 날짜를 미리 확인하고 연휴 전후를 잘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9월 중순 이후부터 9월 말 또는 10월 초 연휴 직전까지입니다. 7~8월 여름방학이 끝나면 해외 가족 여행 수요가 한 번 크게 줄어듭니다. 이때 한국의 추석 연휴와 시기를 어떻게 피해 가느냐가 관건입니다. 추석 전후는 며칠 차이로 항공권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연휴 한참 전이나 연휴가 완전히 지난 뒤 날짜를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넷째, 10월 중순 이후부터 11월 중순 정도입니다. 10월에는 개천절, 한글날이 있고, 특정 해에는 이 날들이 주말과 붙으면서 짧은 황금연휴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 구간을 피해 10월 중순 이후, 그리고 11월 중순 전까지는 큰 연휴가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분산되는 편입니다. 연말 쇼핑 시즌과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성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시기라, 전체적으로는 가격이 안정적인 편에 속합니다.
이렇게 보면 대략 3월, 5월 중순 이후, 9월 중순 이후, 10월 중순 이후가 비교적 저렴한 달로 거론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향”일 뿐입니다. 같은 3월이라도 금요일 저녁 출발, 일요일 밤 귀국처럼 주말을 끼면 요금이 뛰고, 공휴일과 회사 연차를 붙여 장기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에는 예외적으로 요금이 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달만 믿기보다는, 그 안에서도 평일, 시간대, 연휴 위치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이 시기에 항공권이 상대적으로 저렴할까
항공권 가격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싸움입니다. 같은 비행기 좌석이라도 그날 그 시간에 타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날짜에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자리를 채우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저렴한 구간이 생기는 이유도 거의 이 원리에서 나옵니다.
먼저, 큰 연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설날과 추석은 대표적인 성수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해외 여행뿐 아니라 고향 방문, 비즈니스 일정 등 다양한 목적의 이동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중국계 인구가 많아 춘절 기간에 이동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호텔과 항공권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또 하나는 학교 방학입니다. 한국의 여름방학(대략 7~8월)과 겨울방학(대략 12~2월 초)에는 가족 단위 여행이 크게 늘어납니다. 주로 아이들이 쉬는 기간에 맞춰 일정이 잡히다 보니, 항공권도 이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들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계기가 됩니다. 예를 들어 F1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보통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경기 관람을 위해 찾아오는 관람객과 관계자들 때문에 항공권과 숙소 가격이 동시에 치솟기도 합니다. 다만 F1 일정은 해마다 조금씩 변동이 있고, 경기 주간만 유난히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전후 날짜를 잘 고르면 여전히 괜찮은 가격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항상 비싸기 쉬운 시기와 피하면 좋은 날짜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시기는 항공권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에 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첫째, 12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입니다. 12월 중후반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여행 수요가 강하게 몰리는 구간입니다. 이어서 1~2월에는 한국 설 연휴와 싱가포르 춘절이 겹칠 수 있어, 동아시아와 동남아 전체가 한꺼번에 바빠지는 때가 되곤 합니다. 이 구간에 싱가포르를 포함한 인기 도시로 가는 항공권은 평소보다 비싸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둘째, 7월과 8월입니다. 국내외 학교의 여름방학과 회사의 여름 휴가 시즌이 겹쳐, 전반적으로 항공권과 숙소 모두 수요가 높은 시기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출발하는 가족 여행 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에,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과 맞물려 가격이 빠르게 오를 수 있습니다.
셋째, 한국의 주요 연휴입니다. 날짜가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대체로 추석, 어린이날, 삼일절, 광복절 등은 주말과 이어지면서 몇 일씩 연달아 쉴 수 있는 ‘연휴 구간’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미주 노선까지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금요일 또는 일요일과 붙는 공휴일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출발·귀국 날짜가 되기 때문에, 그날 항공권을 먼저 확인해 보고 일정 조정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넷째, 싱가포르 주요 행사 기간입니다. F1 그랑프리 기간이 대표적이지만, 국제회의나 대형 전시, 콘서트 등이 잇따르는 경우에도 특정 날짜에만 가격이 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행사는 매년 일정이 바뀌고, 규모도 제각각이라 항상 같은 패턴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예약 전 해당 연도에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간단히 확인해 두면 불필요하게 비싼 날짜를 고르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항공권을 사기 좋은 예약 시기
많은 사람들이 “언제 사는 게 제일 싸냐”를 궁금해하지만, 항공권은 한 번 정해 놓고 그대로 유지되는 가격표가 아니라, 수요에 따라 계속 바뀌는 구조입니다. 그래도 전반적인 흐름을 놓고 보면, 출발 약 2~4개월 전에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이른 시점, 예를 들어 출발 6개월 이상 전에 예약할 경우에는 아직 항공사가 특별 할인을 풀지 않았거나, 경쟁 항공사들의 요금이 드러나지 않아 기대만큼 싸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출발 1개월 이내부터는 “막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라가거나, 좌석이 제한되어 선택지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인기 있는 연휴나 성수기에는 2~4개월 전이라고 해도 이미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언제 사든 싸지 않다”는 현실을 염두에 두고, 오히려 조금 일찍 움직여서 좌석이 남아 있을 때 원하는 시간대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비수기라면 비교 사이트나 항공사 사이트를 자주 보면서 요금이 내려가는 시점을 기다렸다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과감하게 예약하는 방식도 활용할 만합니다.
요일과 시간대를 활용해 가격 줄이기
날짜를 어느 정도 정했다면, 이제는 요일과 시간대 선택이 남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출발과 도착이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주말에는 출장과 여행이 동시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시간대는 대체로 가격이 높게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을 피한 오전 중반 출발, 너무 늦지 않은 저녁 도착 항공편 등은 일정을 맞추기 편해 인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이른 새벽 출발이나 자정 무렵 도착 항공편은 이동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꺼리는 사람이 많아, 같은 날이라도 더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항까지 이동 수단과 숙소 체크인 시간을 함께 고려해서, 감당할 수 있다면 이런 시간대를 선택해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날짜와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
항공권 가격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유연성”입니다. 출발일과 귀국일을 하루만 앞당기거나 늦춰도 가격이 확 내려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 출발일을 기준으로 앞뒤 2~3일을 함께 비교해 보기
- 주말과 공휴일을 끼지 않는 평일 출발·도착 조합 먼저 확인하기
- 굳이 4박 5일이 아니어도 된다면, 3박 4일 또는 5박 6일 등으로 기간 변형해 보기
이처럼 일정에 어느 정도 여유를 두면, 특정 하루에 몰려 있는 높은 요금을 피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나 학교 일정 때문에 날짜를 전혀 바꿀 수 없다면, 가격 비교의 폭이 확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적어도 시간대나 경유 여부라도 유연하게 열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경유편과 직항편, 어떻게 선택할까
서울에서 싱가포르까지는 여러 항공사의 직항편이 운항하고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직항은 비행 시간이 짧고 일정 짜기도 수월하지만, 항상 가장 저렴한 선택은 아닙니다. 날짜에 따라서는 다른 나라를 한 번 경유하는 노선이 훨씬 싸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유편의 장점은 가격 이외에도 있습니다. 경유지가 관광 도시라면, 일부 항공사는 경유 시간을 길게 잡아 짧은 시내 구경을 할 수 있는 상품이나 무료 트랜짓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다만 비행 시간이 길어지고, 경유지에서의 대기 시간이나 환승 절차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직항은 무조건 좋다” “경유는 무조건 싸다”로 나누기보다는, 다음 요소들을 함께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 전체 이동 시간과 대기 시간
- 항공권 가격 차이
- 경유 공항의 환승 편의성
- 여행 일수와 체력적인 여유
짧은 일정에 바쁜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면 직항이 훨씬 유리할 수 있고, 반대로 시간은 넉넉하지만 예산에 제한이 있다면 경유편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합니다.
항공사 프로모션과 가격 변동 살펴보기
항공권 가격은 일자별로 출렁이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비싸네” 하고 넘어가면 좋은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여러 비교 사이트나 항공사 공식 웹사이트를 자주 확인하면서 가격 흐름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정 날짜를 찜해 두고 며칠, 몇 주에 걸쳐 가격을 지켜보면, 어느 정도는 “이 정도면 내려온 것 같다”라고 판단할 기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특히 항공사에서 진행하는 특가 프로모션은 생각보다 자주 열립니다. 일정 기간 동안 특정 노선을 집중 할인하거나, 조기 예약 고객에게 할인 코드를 제공하는 방식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다만 이런 프로모션은 좌석 수가 제한적이어서, 늦게 눈치채면 이미 인기 있는 날짜는 매진된 뒤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관심 있는 노선의 항공사 소식을 조금씩 챙겨 보는 것이 유리합니다.
싱가포르 여행 시기 선택,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 보면, 한국의 큰 연휴와 방학, 그리고 싱가포르의 대형 행사 시기를 피하면서, 출발 기준 2~4개월 전쯤에 평일 위주의 날짜를 잡는 방식이 대체로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3월, 5월 중순 이후, 9월 중순 이후, 10월 중순 이후는 대체로 수요가 분산되는 편이라, 이 안에서 날짜와 요일, 시간대를 잘 조합하면 비교적 부담이 덜한 항공권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항공권 가격에는 해마다 바뀌는 행사 일정, 환율, 유가, 항공사 노선 조정 등 여러 요소가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비수기였던 시기가 어느 해에는 갑자기 비싸질 수도 있고, 반대로 성수기 중에서도 뜻밖에 괜찮은 가격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달력에 적힌 “성수기/비수기”만 믿기보다는, 직접 여러 날짜를 넣어 보고, 비교해 보고, 자신의 일정과 예산 사이에서 가장 균형 잡힌 지점을 찾는 과정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고들 합니다. 항공권 가격표를 들여다보며 날짜를 이리저리 옮겨 보는 시간도 그 과정의 일부입니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시기를 조절하고, 요일과 시간대, 직항과 경유 선택까지 차근차근 살펴보면, 같은 목적지라도 훨씬 합리적인 비용으로 싱가포르 하늘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