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을 갔을 때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삑” 찍고 쓱쓱 지나가는데, 저는 어느 티켓을 사야 할지, 갈아타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초록색 펭귄이 그려진 작은 카드를 보여주며 “이걸로 그냥 찍고 다니면 된다”고 알려줬습니다. 그 카드가 바로 스이카(Suica)였습니다. 그 후로는 표 값 계산하느라 머리 싸맬 일도 줄고,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살 때도 그 카드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서 여행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조금 달라져서, 아무 역에서나 일반 스이카 카드를 사기는 어렵습니다. 반도체 칩 수급 문제 때문에 발급이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관광객용 카드나 스마트폰으로 쓰는 모바일 스이카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스이카 관련 내용들을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스이카 카드와 비슷한 카드들, 뭐가 다른가요?
일단 일본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이름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카드가 있습니다.
- 일반 스이카(Suica) 카드
- 웰컴 스이카(Welcome Suica) – 관광객용
- 파스모 PASMO 및 PASMO Passport – 다른 회사에서 만든 비슷한 카드
- 모바일 스이카(Mobile Suica) – 스마트폰 안에 넣어 쓰는 형태
이 카드들은 회사 이름과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전철, 지하철, 버스 탈 때 쓰고, 편의점이나 자판기, 일부 식당 등에서 소액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발급 방법이나 유효기간, 환불 규칙이 조금씩 다릅니다.
일반 스이카 카드 – 요즘은 쉽게 새로 못 만드는 카드
예전에는 JR 동일본(JR East) 역 어디서나 자동 발매기나 티켓 창구에서 일반 스이카 카드를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 이후로 반도체 칩 부족 문제 때문에 새 카드 발급이 많이 제한되었습니다.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도 해서, 특정 시기에는 일부 종류만 다시 판매하기도 하고, 또 잠시 중단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반 스이카를 새로 만들고 싶다면, 출발 전에 JR 동일본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반 스이카 카드는 원래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가격: 보증금 500엔 + 충전 금액(최소 500엔 정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최소 준비 금액 예시: 1,000엔(보증금 500엔 + 충전 500엔)
- 구매처: JR 동일본 역 자동 발매기, 미도리노마도구치(みどりの窓口, 티켓 오피스) 등
- 보증금 500엔은 카드 반납 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지 10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신규 발급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 쓰면 되고, 새로 일본에 가는 사람이라면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는 편이 좋습니다.
웰컴 스이카(Welcome Suica) – 관광객이 많이 쓰는 카드
최근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실물 카드가 바로 웰컴 스이카입니다. 이 카드는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스이카의 한 종류입니다.
웰컴 스이카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증금이 없습니다. 카드를 만들 때 따로 보증금 500엔을 내지 않습니다.
- 최소 충전 금액은 보통 1,000엔부터입니다(1,000엔, 2,000엔, 3,000엔 등 여러 금액 선택 가능).
-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28일입니다. 여행 기간이 한 달 이내라면 크게 문제 없습니다.
- 잔액 환불이 되지 않습니다. 여행 마지막에 남은 금액은 역, 편의점, 자판기 등에서 쓰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 예쁜 디자인으로 발급되는 경우가 많아서 기념품처럼 가져가기 좋습니다.
웰컴 스이카는 공항과 주요 역에 있는 JR 동일본 여행 서비스 센터 등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곳에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 나리타 공항 제1, 제2터미널에 있는 JR 동일본 여행 서비스 센터
- 하네다 공항 제3터미널에 있는 JR 동일본 여행 서비스 센터
- 도쿄역, 신주쿠역, 시부야역 등 주요 JR 동일본 역의 여행 서비스 센터나 지정된 발매기
구매할 때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광객 전용 카드이기 때문에 여권을 챙겨 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스이카와 비슷한 개념으로 PASMO Passport라는 관광객용 카드도 있습니다. 스이카 대신 PASMO Passport를 받아도 지하철, 버스, 편의점 등에서 사용하는 데 큰 차이가 없습니다. 회사가 다를 뿐, 기능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모바일 스이카(Mobile Suica) – 스마트폰으로 쓰는 방식
요즘 가장 편하다고 많이들 말하는 방법이 모바일 스이카입니다. 실물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고, 스마트폰 안에 카드를 넣어 쓰는 방식입니다. 반도체 칩 부족으로 실물 카드 발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모바일 스이카는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스이카는 보증금이 없고, 충전도 카드 없이 바로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 종류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 기기가 지원되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략적인 사용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폰(Apple Pay)에서 모바일 스이카 사용
일반적으로 아이폰8 이상 모델이고, 일본에서 Apple Pay 기능이 지원되는 경우 Wallet 앱에서 Suica를 직접 추가할 수 있습니다.
- Wallet 앱을 열고 “카드 추가” 메뉴에서 Suica를 선택합니다.
- 추가한 후에는 등록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바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 개찰구에서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됩니다.
계정 지역, 기기 지원 여부 등에 따라 메뉴 구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설정 화면을 보면서 안내에 따라 추가하면 됩니다.
안드로이드에서 모바일 스이카 사용
안드로이드의 경우, 일본에서 많이 쓰이는 Felica(NFC-F) 기능이 들어 있는 스마트폰에서 주로 지원합니다. 일본 내수용 스마트폰은 대부분 지원하지만, 해외에서 산 안드로이드폰은 기종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다를 수 있습니다.
- Google Pay 앱이나 Suica 관련 앱에서 Suica를 추가합니다.
- 등록된 카드로 충전하거나, 일부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도 충전이 가능합니다.
모바일 스이카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물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 보증금이 없어서 처음 쓸 때 부담이 적습니다.
-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 칩 부족 문제와 상관없이 발급 가능합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완전히 꺼지면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동이 많은 날이라면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해 두거나 보조 배터리를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스이카 충전 방법 – 어디서, 어떻게 돈을 넣을까
스이카 계열 카드는 기본적으로 미리 돈을 넣어 두고 사용하는 선불 방식입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역의 자동 발매기에서 충전하기
가장 흔하게 보게 되는 방법입니다. 일본 전철역에는 거의 항상 자동 발매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 위치: JR 역, 사철, 지하철 역 등 대부분의 역
- 지원 언어: 많은 발매기가 한국어, 영어 등 여러 언어를 지원합니다.
일반적인 충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매기 화면에서 “IC카드 충전(チャージ)”과 관련된 버튼을 찾습니다.
- 스이카 카드를 기계에 넣거나, 표시된 위치에 올려놓습니다.
- 충전할 금액(예: 1,000엔, 2,000엔, 3,000엔, 5,000엔, 10,000엔 등)을 선택합니다.
- 현금을 투입합니다. 대부분 지폐와 동전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충전이 끝나면 카드를 다시 받습니다.
기계 화면에 남은 잔액이 표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전하면서 잔액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충전하기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는 스이카 충전이 가능합니다. 역 안이 붐비거나, 밤늦게 충전하고 싶을 때 편리합니다.
충전 방법은 단순합니다.
- 계산대에서 스이카 카드를 직원에게 보여주며 “차지 오네가이시마스(チャージお願いします)”라고 말합니다.
- 충전할 금액을 말하거나, 미리 준비한 현금을 보여주면서 “1,000엔 부탁드립니다” 정도로 말하면 됩니다.
- 현금을 직원에게 건네면, 직원이 단말기에 카드를 올리고 충전 후 다시 돌려줍니다.
간단한 일본어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금액을 적어 보여주거나 지폐를 보여주면 대부분 문제 없이 충전해 줍니다.
버스 안에서 충전하기
일부 버스에서는 탑승 시 카드 잔액이 부족하다면, 기사에게 현금을 내고 즉석에서 소액 충전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운전석 근처에 단말기가 있고, 기사 안내에 따라 충전합니다.
다만, 모든 지역 버스가 충전을 해주는 것은 아니고, 충전 가능한 금액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큰 금액보다는 부족한 만큼만 채워 사용하는 용도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모바일 스이카 충전하기
모바일 스이카는 스마트폰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어서 특히 편리합니다.
- 아이폰의 경우 Wallet 앱에서 등록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충전합니다.
- 안드로이드는 Google Pay나 Suica 앱에서 충전 메뉴를 통해 충전합니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역이나 편의점에 가지 않아도, 호텔 방이나 카페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스이카 잔액 확인하는 방법
사용하다 보면 지금 카드에 얼마가 남았는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잔액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개찰구 통과 시: 카드를 찍을 때 위나 옆 화면에 현재 잔액이 잠깐 표시됩니다.
- 자동 발매기: 카드만 올려놓으면 잔액이 표시되는 기능이 있는 기계가 많습니다.
- 편의점: 계산대에서 직원에게 카드를 보여주며 잔액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 모바일 스이카: 스마트폰 앱에서 언제든지 잔액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장거리 이동을 앞두고 있거나, 환승이 많은 날에는 미리 잔액을 충분히 채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개찰구 앞에서 잔액 부족 알림이 뜨면 당황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스이카 환불 – 어떤 카드는 돌려받을 수 있고, 어떤 카드는 안 될까
모든 스이카 관련 카드가 환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스이카 카드 환불
일반 스이카 카드는 조건을 만족하면 환불이 가능합니다. 환불은 주로 JR 동일본 역의 미도리노마도구치(티켓 오피스)에서 진행합니다.
환불 금액 계산 방식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카드에 남아 있는 잔액에서 수수료 220엔을 뺀 금액
- 여기에 보증금 500엔을 더해 돌려줍니다.
예를 들면, 카드에 1,000엔이 남아 있을 경우:
- 잔액 1,000엔 – 수수료 220엔 = 780엔
- 여기에 보증금 500엔을 더해 총 1,280엔을 돌려받게 됩니다.
만약 잔액이 220엔보다 적다면, 그 잔액은 따로 돌려받지 못하고, 보증금 500엔만 돌려받는 방식이 적용됩니다. 환불을 받을 때는 기본적으로 스이카 카드만 있으면 되고, 특별한 서류는 요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웰컴 스이카와 모바일 스이카 환불
웰컴 스이카는 보증금이 없고, 남은 잔액도 현금으로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행 마지막에 잔액이 남지 않도록, 편의점에서 간식이나 음료를 사는 데 사용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바일 스이카는 사용 환경, 등록한 계정, 카드 종류에 따라 환불 규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본 현지 은행 계좌 등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고, 관광객이 짧은 여행 동안 사용한 후 간단히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단기 여행이라면, 마지막 날 잔액을 거의 0에 가깝게 쓰고 떠나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일본 여행에서 스이카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
실제로 사용해보면, 스이카 한 장 혹은 모바일 스이카 하나만 있으면 교통과 소액 결제가 훨씬 편해집니다. 다만 몇 가지를 알고 있으면 더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관광 목적이라면 웰컴 스이카나 모바일 스이카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실물 카드를 선호한다면 웰컴 스이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다면 모바일 스이카가 편리합니다.
- 충전은 역의 자동 발매기나 편의점에서 현금으로 하는 방법이 가장 단순합니다.
- 이동이 많은 날에는 개찰구 앞에서 잔액 부족이 나지 않도록 미리 충분히 충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 교통 체계는 처음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스이카 같은 IC 카드를 한 번 익숙하게 쓰기 시작하면 훨씬 여유 있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어떤 종류의 스이카를 쓸지 미리 정해 두고, 충전과 잔액 확인 방법을 머릿속에 그려두면 길을 잃을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