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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개 작품을 넘는 교향곡을 써온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별명 속에 '센스있고 유쾌한'이라는 형용사를 넣어야하는게 아닐까?





흔히 사람들은 클래식에서 유머와 웃음을 발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이든은 그 틀을 깨는 음악가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놀람 교향곡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놀람 교향곡은 음악회에서 버릇처럼 졸고 있는 귀족들을 놀래키기 위한 작곡 배경을 가진 재미난 곡이다. 하지만 하이든의 이런 본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늘 소개할 곡은 바로 하이든의 45번 교향곡 '고별'이다. 이 영상은 빈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2009년에 있었던 신년 연주회다.



 곡은 무난하게 4분정도 흐르고, 하이든의 초상화 이후, 본격적인 하이라이트가 4분 15초부터 시작된다. 

갑자기 호른 단원이 연주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무대 밖으로 사라진다. 이를 시작으로 주변의 다른 단원들이 차례로 무대를 이탈한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휘자 역시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뒷자리 관악기 파트들이 대거 이탈하고 나서 앞쪽의 현악기 단원들도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하고 결국 바이올린 두 단원만 남아 연주를 계속 한다. 이 단원을 지휘자는 머리까지 쓰다듬으며 예뻐하지만 결국 이 둘도 떠나버리고 지휘자만 혼자서 지휘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결말을 맞는다.


이 모든게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이 직접 짠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려 단원 각자의 움직임도 역시 하이든이 작곡(?)한 것이다.. 단원들은 오선 위의 콩나물은 물론이고 하이든이 주문한 연기도 충실하게 수행한 결과가 '고별'의 연주다.


물론 이런 퍼포먼스를 의도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당시 하이든의 악단에는 스폰서인 한 후작이 있었는데, 단원들에게 1년 가까이 휴가를 주지 않았다. 단원들과 하이든은 불만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돌직구를 꽂아 불만을 표출할 여건도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이든은 악단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이를 해결했어야 했고 결국 자신이 잘하는 음악 속에 메시지를 담기로 했다.

4분 가량의 퍼포먼스를 통해서 휴가에 대한 요구를 센스있고 유머스럽게 표현했고, 후작도 눈치는 있던 터라 이를 보고 단원들에게 휴가를 흔쾌히 줬다고 한다.

어쩌면 양쪽이 서로 얼굴을 붉히며 갈등을 빚어낼 수도 있었는데, 하이든은 이처럼 양쪽에 웃음을 동반하는 성공적인 협상(?)을 성공해냈다. 불만 해소의 과정도 깔끔했을 뿐더러 많은 이들에게 유쾌함을 주지 않았을까.


하이든의 그런 센스가 당대에서도 있었다니,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과거에 가서 만나보고 싶은 인물들의 버킷 리스트에 한 명이 더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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