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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면가왕>에서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파죽지세로 5연승을 일궈내고 최고 연승 기록인 6연승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함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음악대장'의 연승이 끊길 일이 없다고. 그 정도로 저음과 고음을 두루 뽐내는 무결점의 가창력과 강력한 록부터 아이돌 음악까지 극단을 오가는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주인공이 질 수 있습니까? 반대로, 만약에 이런 주인공이 져서 가왕의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큰 비극이 될까요.


 비록 얼굴과 목소리는 비밀에 부쳐진 주인공이지만, '음악대장'하현우은 분명히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바로 무대를 통해서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메시지는 바로 '선곡' 안에 있습니다. 그가 주옥같은 무대를 위해 자기 말로 독방에 지내면서 고민 끝에 결정한 곡엔 모두 사연이 담겨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록 씬에 대해서 감사, 존경 그리고 추모를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나는 가수다'에서는 그는 청중평가단에게 점수를 얻기 위한 데에 초점을 맞춰 선곡과 편곡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가왕 자리를 지키겠다는 경쟁 의식으로만 무장한 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는 첫 가왕 자리에 오를 땐 'Lazenka, Save us'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고 신해철의 대표곡 중 하나입니다. 애니메이션 OST임에도 강렬한 보컬과 웅장한 사운드로 사랑 받은 바로 그 곡입니다. 하지만, 유명하다고 해서 주말 황금 시간대에 편성된 음악 예능에는 적절치 못한 선곡이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곡일뿐더러, 가수로써 매력을 드러내는 데 굉장히 한정된 곡이니까 말이죠. 이걸 경연을 위해서 가져왔다는 건, 하찮은 고민 후에 내린 결정은 아니겠지요. 더구나 바로 직전엔 '민물장어의 꿈'을 부른 걸 보면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날 '음악대장'은 불의의 의료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선배 록 가수에 대한 위대한 존경과 추모로써 무대에 오른 것이죠.


그리고 '음악대장'이 두 번째 가왕전을 위해 고른 곡은 '걱정말아요 그대'였습니다. 이 곡은 바로 밴드 '들국화', 다시 말해 전인권의 곡입니다. 바로 전인권은 80년대 한국 록 음악을 주도하고 90년대 록까지 계승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네 번째 가왕전에서는 더 크로스의 'Don't Cry'를 불렀습니다. 12년 전에 전국의 남자들을 노래방에 세운 바로 그 곡입니다. 물론 오래되고 잊힌 명곡을 꺼내 청중들의 추억을 간질이는 재미가 복면가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강균성 씨가 언급한 대로 이런 이유만은 아니겠지요.

더 크로스의 보컬이었던 김혁건 씨의 최근 이야기를 알게 되면 '음악대장'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김혁건 씨는 군 전역 후 복귀 준비를 하는 도중인 2013년 귀가 도중 큰 교통사교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그는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를 선고 받습니다. 목소리로 먹고 사는 가수로써의 인생은커녕 한 인간으로의 삶이 뿌리채 뽑히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고 소식은 많은 대중에게 전해지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김혁건 씨는 끊임없는 수술을 견뎠고, 신체 고통이 잔잔해질 무렵엔, 후유증과 우울증이라는 정신적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몇 년간의 지옥 같은 일상 중에 그는 부모님의 지극정성으로 그 좌절감을 극복합니다. 마비로 인한 호흡 문제도 복압장치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2014년에 '스타킹'과' 강연 100도씨'를 통해 사람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무대 위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신체적인 죽음의 문턱을 오가고, 그 후에 정신적인 사망 선고를 이겨낸 김혁건을 위해 '음악대장'은 응원과 존경을 담아 'Don't Cry'를 불렀습니다. 방송 후에 김혁건은 물론 더 크로스의 멤버인 이시하, 김경현 씨도 SNS를 통해서 '음악대장'의 무대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음악대장'은 록의 대부인 신중현에게도 바치는 존경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도 록이라는 장르가 굳게 뿌리내리기 전인 한국전쟁 직후에 신중현이 우리나라 땅에서 록이란 음악을 수용하지 않고, 우리의 정서에 맞게 록을 재창조해내지 않았다면, 그 이후에 우리에겐 들국화도 신해철도 국카스텐도 없었을 겁니다. 한국의 음악사에 지대한 족적을 남긴 장본인에게 그가 작곡한 '봄비'라는 무대로써, '음악대장'은 록의 대부에게 찬사를 선사했습니다.


'음악대장'의 무대 후에 게스트로 참여한 박완규는 방송을 본 임재범의 말을 전했습니다. 

"임재범 형님이 저 복면가왕 나간다니까 음악대장에게 이렇게 전해 달래요. 우리 쪽 사람이라면 정말 고맙다고요."


'음악대장'이 들려준 무대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빼놓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그가 노래를 뽐내는 걸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그가 또 어떤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해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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