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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흥행에 미션 임파서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5번째 '로그 네이션(Rogue Nation)'이 국내에서 500만 관객수를 돌파했습니다. 천 만 관객을 동원한 '암살'과 그에 버금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베테랑'이라는 굵직한 한국영화 둘이 오랜만에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는 틈바구니 속에서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톰 크루즈의  영화 홍보를 위한 내한은 이번에도 역시 화제가 되었고, 역대 미션 임파서블이의 보장된 액션 카타르시스에 대한 묵은 팬들의 기대 덕분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1. 영화 속 오페라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오페라 '투란토트'도 누리꾼의 관심을 사고 있습니다. 바로 극 중에서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악당 조직 '신디케이트'의 암살을 막기 위한 장소가 비엔나의 오페라 하우스였고, 상영 중이었던 오페라가 바로 투란도트였기 때문입니다. 한창 상연 중인 오페라 무대 뒤와 그리고 무대 위에서 아슬아슬하고 긴박한 액션이 펼쳐져 오페라와 액션이 조합된 신선한 미장셴이 펼쳐졌습니다.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여러 오페라 중에서 투란도트를 꼽은 이유를 딱히 특별한 계기로 인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가 비엔나에 갔다가 처음 마주친 오페라가 투란도트였고, 이 오페라에서 영화 시퀀스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고 이를 채택했다고 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기획 단계부터 엄정하고 큰 고민을 거듭한 후 결정했던 건 아니었고, 말하자면 영화 각본과 뿌리부터 함께한 콘셉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투란도트의 도입과 활용이 영화 내에서 그저 하나의 단순한 '치장'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실제 영화 속에서 투란도트를 그려내는 부분에서 맥쿼리 감독은 치밀하고 정교했습니다. 오페라를 연출하는 데 있어서 극 중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배우를 실제 오페라 가수들과 오페라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맡겼고, 다른 곳에서 무대를 빌리거나 이미 있던 걸 활용하는 대신 이를 직접 제작해 촬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까닭에 오페라의 우아한 모습과 드레스와 정장으로 잘 갖춰입은 등장인물에게서 관객들은 멋스러움과 풍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낭만적인 공간과 음악 속에서 처절하게 죽이려는 자와 이를 막는 자의 고요한 투쟁은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그리고 로그 네이션은 투란도트의 가장 유명한 대표곡을 활용해 로그 네이션이 액션 영화의 클리셰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오페라 액션 씬에서 암살범들의 오스트리아 총리 암살 타이밍은 투란도트의 대표곡 '공주는 잠 못이루고'라고 알려진 '아무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e)'의 가장 높은 음자리(시B)이자, 심장을 찌를 듯한 테너의 발성이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부분에서 실행됩니다. 그리고 이걸 저지하는 주인공 이단 헌트의 심리도 이에 맞춰 곡이 절정으로 치달을 수록 급박해집니다. 영화는 오선지 위의 음표들을 그려내면서 음악의 시각화까지 동원해 절정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더 강하게 묘사합니다. 즉, 영화는 가장 긴장감이 깊어지는 장면과 오페라 곡이 동시에 절정을 맞게 합치함으로써 관객들의 심리도 역시나 이에 동기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절정 순간에서 말 그대로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이단이 내놓는 기가 막힌 해결책은 관객들에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합니다. 센스짱..;




악기로 위장해 반입에 성공한 총기와 드레스


아래서는 우아한 오페라가 진행되는데, 위에서는 고요하게 치고 박는 중..




2. 뜻밖의 조화? 뜻깊은 조화!


 투란도트의 내러티브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로그 네이션'의 스토리와 닮았습니다. 투란도트는 공주와의 결혼을 위해 3개의 수수께끼를 맞추려고 도전하는 한 왕자의 이야기입니다. 왕자가 (틀렸을 경우에) 죽음을 내놓아야하는 조건에서 아리송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이단 헌트가 적 신디케이트의 수장 '솔로몬 레인'의 함정이 가득한 도전을 모로코, 비엔나 등에서 각각 맞서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투란도트에서 세 문제를 맞춰야 했던 왕자가 반대로 공주에게 수수께끼를 내주는 걸로 호쾌하게 맞받아치는 반전 역시 영화 속에서 유사하게 묘사됩니다. 레인이 이단을 붙잡을 때 했던 방식과 똑같이 이단은 마침내 레인을 붙잡습니다. 마침 거기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절묘하게 편곡한 OST입니다. (공식 OST 앨범 17번째 트랙 'Finale and Curtain Call') 



3. Needless to Say


 미션 임파서블의 이번 작품은 대체적으로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액션 활극의 면모보다 긴밀하고 치밀한 두뇌를 앞세운 심리적인 첩보물의 특성을 극대화 한 작품이라 평가되고 있습니다. 바로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과 비교해서도 부르즈 할리파와 같은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배경이 이번 작품에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이 자랑하는 톰 크루즈의 대역 없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즉 전작의 부르즈 할리파를 맨손으로 올라가는 묘기를 보여주기보다 섬세함을 요하는 미션 해결을 선보이거나 악당 '레인'과의 두뇌싸움을 통한 심리적 간극을 그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래서 다소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브랜드보다 007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됨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세련됨 이면엔 음악의 수도 비엔나에서 선보이는 투란도트라는 오페라가 영향을 크게 끼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쉬웠던 건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타이틀 음악을 편리하게 편곡한 점이었습니다. 항상 전자음이나 관현악기를 활용해 여러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냈던 로고송이 오페라와 섞여 색다른 곡이 탄생할 수 있었음에도 평이한 로고송으로 그쳤습니다. 이번엔 오페라를 차용한 만큼 성악가의 목소리를 빌려 새로움에 시도해보는 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러나저러나 관객들은 톰 크루즈라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레전드가 보여주는 보장된 프랜차이즈라는 느낌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중년의 무르익은 나이에 이른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을 몇 편이나 더 찍을지 걱정이 되면서, 동시에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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