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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진부한 한국 드라마의 OST


 한국 드라마엔 공식이 있습니다. 첫째, OST에 항상 유명 가수의 목소리가 들어가야한다. 둘째, 유난히 하나의 OST곡이 드라마 전체를 주름잡는다. 셋째, OST의 비중이 너무 커서 어쩔 땐 드라마 자체보다 더 오래 기억된다.

모든 공식의 특징은 OST가 드라마를 잠식해버린다는 점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드라마 제작자의 변호도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드라마 흥행을 위해서 팬층이 확고한 아이돌 가수의 힘을 빌린다거나, 실력파 가수들을 한 데 모아 드림팀을 만들어 주변 팬들을 긁어모으는 일. 그리고 곡이 길거리에서 흘러나올 때 드라마를 안 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만들게 하기도 합니다. 또한 드라마팬이 드라마 외적으로도 드라마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려는 이유 등이 숨어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시청률 대박이 나고, 파생 상품이 잘 팔리고, 해외에 수출하려OST 제작과 선정에 있어서 실용적일 수밖에 없는 건 이해가 갑니다. 그들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한걸음 나와서 생각하면 이게 드라마 본질을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일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1. 극과 단절된 음악


 드라마에 수록되는 음악이라고 하면, 드라마가 풍기는 분위기, 공간과 시대작 정체성 그리고 인물의 이미지 등 모든 미장셴을 아우를 수 있고,  드라마 몰입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들이 선보이는 음악은 당장 인기가요에 내놓고 1위 쟁탈전을 시켜도 무방할 정도로 독립성이 짙은 곡입니다. 그 곡이 꼭 그 드라마에서 사용됐기 때문에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기보다 그냥 곡 자체의 멜로디가 좋았기에 멜론 차트의 상위권에 등극했다고 봐야합니다. 이것은 반대로 OST와 드라마가 어떤 밀접한 결속이 없었다고 말해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저 드라마에 드러난 희노애락이란 흔한 감정에 얹혀서 묻어가는 노래 정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인성, 공효진이 열연했던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가장 감정폭이 커질 때마다 흘러나온 엑소(EXO)의 첸이 부른 '최고의 행운'이 다른 드라마에 나왔다면 역시나 인기가 적진 않았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좀 더 삐딱하게 보면 기존 주류 음악 시장을 점령한 갑(甲)들이 드라마 OST 영역을 식민지 삼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주류 가수들이 알바비를 벌러 가는 곳이 드라마 OST 업계라고 해야할까요..


하지만 진정한 드라마 OST라면 그 드라마에서만 흘러나와야만 생동감이 살고 작곡된 이유가 충족되어야하지 않을까요? 가령, 영국 드라마 '셜록'의 OST는 분명히 셜록의 미장셴 안에서만 존재의 이유가 완성됩니다. 셜록하면 컴버배치만큼 떠오르는 것이 셜록 OST라는 점은 얼마나 셜록 OST가 한국 드라마의 OST와 다른 노선을 타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한국 드라마 OST가 근시안적으로 실용성에만 집중해 인기 가수에 집착하고 극과의 엄밀성을 배제한다면 결국 드라마 전체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가 점진적인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 OST도 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앵그리맘 OST의 등판


 뻔한 OST가 판을 치는 마당에 사이영상을 주고도 남을 후보가 등판했습니다. 바로 앵그리맘 OST가 주인공입니다. 앵그리맘 제작진은 과감하게 재즈 아티스트 이주한 씨를 OST 감독으로 선정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드라마 특성상 그 진중함을 상쇄시킬 방법으로 재즈 OST를 활용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앵그리맘 OST는 재즈의 신나는 리듬과 살랑거리는 멜로디로 극이 시종일관 멜랑꼴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게다가 인물별로 테마곡을 만들어 극의 흐름에 일관성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비리 사학의 우두머리인 홍상복 회장(박영규)이 등장할 때를 위해 ‘뉴올리언스 베이스’를 만들었다거나, 도정우 선생(김태훈)이 어두운 계략을 짤 때는 ‘킬러 피아노’란 곡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재즈로 도전했음 공식적인 이야기고 (알리와 이현우가 참여했긴 하지만핫한 가수 이름이 없는 공중파 미니시리즈 OST를 제 경험상 처음 보는 거 같습니다. 대단한 퍼스트 펭귄입니다.


하지만 마냥 물 흐르듯 평탄한 선택만은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최병길PD의 음악감독에 대한 결정에 사실 반대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건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업계에선 굉장히 급진적인 선택이었고, 도박이었을 수도 있는 결심이었으니까요. 이에 트럼펫 베테랑인 이주한 씨도 게다가 드라마 데뷔전이라 큰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작 과정 동안 이주한 씨는 심혈을 기울여 작곡했고 대본 리딩에 충실하여 작곡에 영감을 얻고 극과 일체감을 실었습니다. 심지어 빅밴드까지 동원하며 제대로 팔을 걷어부친 결과로 OST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심지어 드라마가 끝나고도 드라마의 여운이 그치기도 했을 마당에도 여전히 극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그리맘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장르의 드라마 OST 접목이 아닙니다. 지루하게 반복되던 드라마와 OST와의 상관관계의 축이 틀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소혁명적인 일이라고 부를 법합니다. 신선한 변화가 다음 드라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것이며 이런 순선환으로 앞으로 한국 드라마 전체가 보여줄 변화의 바람이 기대됩니다.



가수 생활을 한 적 있는 최병길 PD가 노래를 부르고 이주한 음악감독이 트럼펫을 부는 Sunny Side Up 무대



3. OST 새 지평을 기대합니다.

 

 위에서 숱하게 말했던 극-OST의 통일감과 밀접성으로 한국 드라마가 한층 더 비상하길 바랍니다.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 항상 OST를 찾아들으면서 영상 없이도 원작을 복기하곤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는 극의 장면을 시각화하는 데 좋은 OST를 주지 못해 그랬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번 앵그리맘 OST를 통해 드라마 제작국이 신선한 충격을 받아 앞으로 기획되는 드라마들도 제2의 물결에 합류하길 기원합니다. 드라마 OST로도 앞으로 포스팅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눈이 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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