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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표와 올해 표 둘 다 추억으로...



벌써부터 비가 쏟아질 거 같은 날씨,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공연 2시간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입장을 마쳤습니다.


비틀즈 팬클럽에서 준비한 'The End'의 가사 한 구절 현수막입니다. 참 좋은 말이죠.


파노라마


팬클럽 관계자분들이 'Let it be' 때 핸드폰 플래시 이벤트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





 작년에 엄청난 실망을 하고 이번 공연에 임하면서 가진 마음은, '공연장에 가서 폴이 무대에 오르는 걸 보기 전까지 이 공연이 열린다는 보장은 없다.' 였습니다. 올해도 마음을 다칠까 유비무환의 자세로 티케팅을 마치고 굳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날까지만 해도 그 감흥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오히려 비가 올 거라는 예보 때문에 괜히 신경만 쓰였습니다. 그렇게 토요일이 오긴 왔고, 저는 1시간 전에 사전 영상을 보여준다는 소리를 듣고 조금 더 서둘러 갔습니다.


하지만 공연 전 어떤 이벤트는 굳이 없었고, 오히려 너무 빨리가서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 그런지 잠이 쏟아졌습니다. 여전히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의 감흥은 먼 얘기였습니다.



그러나 폴이 등장하고, 'Eight Days a Week'를 부르기 시작하니 이제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비틀즈를 알게 되고 푹 빠지게 되고 10년간 오매불망 내한공연을 기다렸던 그 폴 매카트니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눈 깜빡할 새에 3시간이 지나갔습니다 ㅠ_ㅠ




공연이 시작하고 30분 정도 후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마치 크레센도처럼 나중엔 주룩주룩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무료로 제공받은 우비를 입기 시작했고, 관객석은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그래도 신기한건 자리를 피하거나, 눈쌀을 찌푸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이 무대를 기다렸는지 두꺼운 빗방울이 반증해주고 있었습니다. 


폴은 듣던대로 정말로 잠깐의 쉼없이, 한 모금의 물 없이 공연을 쭉쭉 진행했습니다. 70이 넘어간 나이에 적당히 타협하고 얇고 굵게 세트 리스트를 짤 법한데, 그는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려고 마음 먹었던 모양이었습니다. Out There 월드투어에서 다른 나라에서 보여준 세트리스트를 거의 비슷하게 진행했고, 특이한 점은 게임 '데스티니'의 수록곡을 불렀다는 점, 그리고 Hey Jude를 마친 후에도 관객들의 떼창에 친히 Reprise를 해줬다는 점입니다. 총 39개의 곡을 불렀습니다.


물론 폴이 보여준 리액션, 가령 턱을 괴고 관객을 지긋이 바라본다거나 추임새를 넣어주는 건 다른 나라 공연에서도 보여주는 프로급 무대 매너였지만, 확실하게 일본 공연과는 다른 그의 태도는 있었습니다. 먼저 팬들이 준비한 두 개의 이벤트에서 폴이 보여준 반응 속엔 정말 진득한 감동을 받았음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런 증거는 폴 매카트니의 전담 사진사인 김명준 씨의 인터뷰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폴, '한국이 날 젊게한다'며 뒤풀이 내내 흥겨워했죠")

또한 일본의 무대에서 폴과 팬의 상호작용은 폴이 말을 걸거나, 액션을 취하면 관객이 반응해주는 양상이었다면, 한국에서의 무대는 무조건 팬이 환호와 자극을 폴에게 안겼고, 거기에 폴이 감흥하여 화답하는 양상이었습니다. 얼마나 비틀즈의 역사상 첫 내한에 한국 팬들이 미치고 있었는지 폴은 충분히 깨달았을 겁니다.


특히 두 번째 이벤트, 즉 Let it be를 부르면서 팬들이 보여준 4만 여개의 플래시 라이트는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냥 흰 플래시라이트였으면 모를까 어쩌다가 비 때문에 더해진 관객들의 흰 우비 때문에 더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그래서 그 장관이 놀라워서 무대랑 관객석을 멍한 표정으로 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Live and Let Die 에서 보여준 불쇼와 불꽃놀이도 큰 인상을 줬습니다. 영상으로 접한 일본 공연은 돔구장에서 치뤄졌기 떄문에 불꽃놀이가 제외되었지만, 잠실에서는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과 하늘로 계속해서 쏘아져올리는 불꽃놀이 조합은 무대의 열기만큼 강렬했습니다. 가장 관객들이 소리를 크게 질렀던 곡이기도 했습니다.




공연 내적으로 아쉬운 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짬밥이 몇 십년인데 관객에게 아쉬운 소리를 들을 폴 경이 아니었고, 모든 곡을 폴과 밴드가 얼마나 준비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폴이 가지는 이름값에 걸맞은 공연이었고, 팬들은 소중한 무대 덕에 표값이 비싸다는 걸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며, 그자리에 있었던 모든 팬들은 (다시 보자던)폴의 다음 내한 공연도 이미 가상의 티케팅을 마치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번 공연에서 곡 하나하나에 담긴 제 추억과 기억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무대 밖에 있는 감동까지 울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좌절하거나 흔들릴 때 듣고 위로를 받았던 The Long and Winding Road, Ob-La-Di Ob-La-Da를 들으며 경쾌하게 길거리를 통통거리며 다닌 기억, 폴이 부른 마지막 곡 The End의 가사 그대로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는 폴과 팬 사이가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던 기억들....



한 줄로 감상을 정리하자면, 

공연에 오지 않은 사람에겐 후회를, 온 사람에게 감동을, 다시 올 사람은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공연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직접 찍은 영상 두 개를 첨부합니다. 하나는 불쇼가 인상적인 Live and Let Die고, 다른 하나는 Let it be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의 구석구석에서 큰 신경을 써준 서강석 비틀즈 팬클럽 회장님과 관계자분들에게 수고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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