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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인 더 문라이트 (2014)

Magic in the Moonlight 
 7.3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엠마 스톤콜린 퍼스에일린 앳킨스마샤 게이 하든해미쉬 링클레이터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 97 분  | 2014-08-20
글쓴이 평점  



 




0. 엠마 스톤 팬으로 영화를 보다.

 엠마 스톤의 매력에 사로잡혀 그녀의 디스코그래피를 훑어보다가 발견한 영화가 바로 '매직 인 더 문라이트'였습니다. 누리꾼으로부터 좋은 평점을 받았고, 킹스맨으로 다시금 레전드 입증을 하고 있는 콜린퍼스가 주연을 맡기도 해서 볼 이유가 더더욱 생기기도 했습니다. 가볍게 타임킬링용으로 보려고 했지만 보고 나서 느낀 점이 몇 있어 이렇게 키보드까지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엔 다소 스포일러가 될만한 내용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1. 마술사와 영매가 만나다.

 영화는 간단한 스토리 구조를 가집니다. 주연 둘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과 그를 동반한 핑크빛 러브라인이 이야기를 지배합니다. 다만 그 각자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콜린  퍼스는 성공한 마술사이며, 그는 자신이 수 많은 트릭을 연구하며 깨달았던 건 모든 현상엔 원인이 있을 거라는 근대적인 생각입니다. 그는 결국 어떤 불가사의한 현상엔 분명히 속임수나 함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극단적 이성주의자의 전형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종교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을 의지하는 비이성적인 것이며, 이 세상에서 과학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은 모두 허상일 뿐입니다. 그는 영매사인 엠마 스톤의 기적은 분명히 속임수라고 확신하며 감춰진 트릭을 파헤치기 위해 그녀가 있는 프로방스로 찾아가게 됩니다. 콜린 퍼스와 다르게 엠마 스톤은 귀신을 불러내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에 능하며, 이를 통해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홀린 영매입니다. 엠마 스톤은 비이성적인 현상의 극단에 서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만납니다.


 2. 이성은 이겼지만 결국 졌다.

 콜린 퍼스는 엠마 스톤의 속임수를 알아내기 위해 같이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둘이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콜린 퍼스의 마음은 서서히 엠마 스톤에게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콜린 퍼스의 이성은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은 배경이 있는 남자와 약혼을 했으며, 자신이 보기에 비이성적인 가치관을 가진 엠마 스톤과 결혼을 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그는 그의 이모에게도 엠마 스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시나브로 그녀에게 끌린다는 사실도 넌지시 말해놓고도 결국 자신의 신념인 합리주의 원칙에 따라 그녀의 프로포즈를 거절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엠마 스톤에게 부잣집 도련님에게 시집을 가는게 가난한 삶을 살아온 엠마 스톤에게 가장 최고의 선택이라며 적극 권장해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콜린 퍼스에겐 사랑의 영역도 이성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합리주의자의 모습은 결말에 가서는 사랑의 울림에 무릎을 꿇습니다자기의 명분과 삶의 대들보가 되었던 이성을 포기하고 엠마 스톤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가 철저하게 항상 옳다고 믿었던 이성이 무너지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콜린 퍼스와 다르게 머리가 말하는 게 아닌 마음이 말하는 것을 따르는 사람은 영화 속에 한 명 더 존재합니다. 그 주인공은 콜린 퍼스의 이모 바네사(에일린 앗킨슨 분)였습니다. 콜린 퍼스가 굉장히 좋아하는 바네사 이모는 항상 그의 차가운 마음가짐에 항상 마음의 소리를 던져줍니다. 콜린 퍼스의 마음에 싹 트는 엠마 스톤에 대한 사랑도 진작에 발견해 그 둘이 사랑을 이루는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이성이라는 굳건한 벽을 허무는 데는 삶의 연륜을 담은 애정어린 이모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3.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극단적 합리주의로 점점 변해가는 우리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구조주의 속에서 이성의 틀로 이성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재단하고, 심지어 이성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던 애정 전선, 예를 들어 상대방의 조건을 따져가며 결혼을 고민하는 우리의 현대 사회에 조용하지만 큰 메시지를 던집니다. 우리 사회는 항상 이성이 절대유일의 잣대로써 기능하여 모든 합의와 토론이 진행됩니다. 이성에 어긋나는 것은 무식한 것이고, 어리석은 것이기에 사람들로부터 도태되기 일쑤입니다. 이런 이성의 영역은 제 역할과 제자리만 지킨다면 괜찮겠지만, 이성은 이제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그 침해받는 대표적인 영역이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 나오는 결혼의 영역입니다. 결혼은 인간 애정의 마침표, 그러니까 뜨거운 사랑이 제도와 문명의 형식적 합의를 받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여기서 결혼 상대는 당연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결혼 상대는 우리 집안의 명성과 재산에 걸맞아야한다는 전제가 깔렸습니다. 영화 속에서 콜린 퍼스가 엠마 스톤에게 왜 그녀가 부자 약혼자와 결혼해야하는지를 설명하는데, 이는 현대의 우리 사회를 그대로 옮겨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콜린 퍼스가 왜 자신이 이야기가 잘 통하는 약혼자와 잘 어울리는지도 이유가 간단합니다. 단순히 '지적 수준이 같기 때문'이 그 이유인데, 이 모습도 결국 머리로 결혼상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콜린 퍼스의 약혼을 취소하자는 말에 '이성적으로' 쿨하게 오케이했다는 이야기는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허허허;;)

결혼 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는 흔히 팩트와 논리라는 단어가 자주 보입니다. 팩트와 논리를 준비한 사람들은 이것들이 부족한 다른 주장을 깎아내리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팩트와 논리가 없으면 무조건 틀린 것, 지양해야할 것으로 전락해버립니다. 99개의 팩트와 논리에 1이라는 감성이 섞여버리면 그 주장이나 이론은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결국 어떠한 감성적인 판단은 '틀림'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혹시라도 마침내 그 감성이 옳은 것으로 판명되어도 여전히 팩트와 논리의 세상에서 감성은 결코 중요한 지위를 얻진 못합니다.


 4. 이성과 비이성

영화는 계속해서 Reasonable(이성적인)과 Rational(합리적인)이라는 단어를 계속 드러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 단어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뉘앙스를 품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Resonable(이성적인)과 Rational(합리적인)이라는 단어들은 항상 Unreasonable(비이성적인)과 Irrational(불합리적인)를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결코 Reasonable(이성적인)과 Rational(합리적인)이라는 단어는 콜린 퍼스의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가치관을 가르키며 부정적인 측면에서 사용되곤 합니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인 콜린 퍼스와 엠마 스톤의 키스를 통해서 Reasonable과 Rational가 틀렸다고 선언하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모더니즘이라는 틀 안에서 사람들이 당연시 여기는 질서를 해체하고 있습니다.


 5.  우아함과 매혹으로 포장한 비판 의식

전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가장 발랄하고 우아한 해체주의를 띤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디 앨런 감독이 보여주는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한 영상미와 간드러지는 음악으로 달콤한 영화로 분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마치 구밀복검처럼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큰 메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사랑이 마술과 같다는 걸 내포합니다. 마술은 누구나 속임수가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훌륭한 오락거리가 됩니다. 속임수가 있다는 건 신기함이라는 마술이 주는 흥미와 공존하기엔 다소 어색합니다. 마치 다람쥐가 챗바퀴를 돌면서 제자리에서 뱅뱅 돈다는 걸 알고도 즐기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심지어 마술을 즐기는 데 있어서 속임수를 알아내려고 작정하고 마술을 감상하는 건 오히려 마술을 감상하는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속임수는 마술의 본질이지만 결코 마술이 오락으로 기능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사랑에도 마술에서 속임수와 같은 게 있습니다. 바로 마음의 끌림, 영화에선 영적 울림(Mental Vibration)으로 소개되는 그것입니다. 영적 울림은 사랑에 있어서 바로 마술의 역할을 합니다.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 속에서 어떤 합리적인 이유나 까닭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내 마음이 그 사람에 끌리는 건 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며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면서 그사람에게 어디서 온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설렘과 행복을 가져다주니까요.


결국 영화는 극단적 이성주의에 빠지는 현재 세태를 돌려서 비판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극 중 콜린 퍼스처럼 항상 논리와 이성을 좇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겐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건 여전히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을 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이성이 항상 비이성보다 우월하다는 통념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1234 감독이 우디앨런이라 그런가 .. 엠마스톤과 콜린퍼스의 낭낭한 나이차도 그렇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한다는 게 되게 소름끼치는 기분임 나도 이 영화 좋아해요. 2015.03.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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