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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등장은 세계를 뒤흔드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어떤 신인 밴드보다 강력했습니다. 음악 방송도, 뮤직 비디오도 아닌 전세계 뉴스를 통해 데뷔했습니다. 2012년 2월, 그들은 복면을 쓰고 러시아의 상징인 크렘린궁 인근의 한 구세주성당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습니다. 이들은 공연을 1분도 하지 못하고 내쫓김 당했습니다. 푸틴의 심기를 거슬린 죄로, 체포 당했고 멤버 5명 중 2명이 종교 증오 조장 및 난동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고 1년 10개월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이 사건은 권력이 푸틴에게 유난히 강력하게 집중된 러시아에서 보기 드문 반푸틴 운동이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해외토픽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폴 매카트니 등 서방의 유명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이들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에 반해 러시아 여론은 이들에 대한 지지가 그리 크진 못했습니다. 왜냐면 그들이 내세운 테마는 페미니즘, 성소수자 권리 그리고 푸틴 권력에 대한 반대였으니까요. 하나 같이 러시아와는 완전히 정반대에 있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정치단체가 아니라 러시아 출신 인디 펑크밴드였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합니다. "우리 음악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뻔뻔스러움, 정치적인 가사, 페미니즘 담론과 비표준적인 여성의 이미지다." 또한 1990년대 워싱턴 주에서 있었던 유사한 언더그라운드 페미니스트 하드코어 펑크 씬인 'Riot grrrl' 운동에 대해서도 질문 받았습니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Bikini Kill'이라는 밴드와 비교하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구체적인 음악 무대에서 공연했고, 우리는 허가받지 않은 콘서트를 한다." 그렇게 그들 스스로를 '게릴라 퍼포먼스'를 하는 밴드라 규정했습니다. "푸시 라이엇의 공연은 반체제 예술이거나 예술에 속하는 정치 활동일 수 있다. 어찌됐든 우리의 공연은 기본권과 자유 시민으로써의 자유를 억악하는 정치 체제 속의 시민 운동의 한 종류다."




그들의 음악은 상업음악에 분류하기엔 꽤 괴상망측합니다. 그들 스스로도 '노래를 못하지만, 펑크록이니까 소리만 잘 지르면 된다'라고 주장하며 그 노선에 걸맞는 음악을 보여줬습니다. 어쩌면 소음일 수 있는 그들의 음악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의 메시지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론가들은 그들을 아마추어스럽고, 자극적이며, 음란하다고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일반적인 앨범이나 곡을 출시하지도 않았고, 그저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2011년 1월에 <Kill the Sexist>를 시작으로 법정 공방 속에서도 활동은 이어졌습니다. 5년의 시간 동안 그들의 음악은 그래도 어느 정도 괴성에서 탈피하고 화음에 가까워집니다.


최근 이들은 3개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업로드했습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곡은 <Make American Great Again>이었습니다. 바로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러시아의 라이벌 나라로 조롱의 대상을 확장한 것이었습니다. 가사는 간단하고 직관적입니다. 트럼프의 반라틴, 반이민, 반외국인 정책과 여성을 비하하는 트럼프를 노골적으로 비판합니다. 영상은 트럼프를 상징하는, 아니 트럼프를 나타내는 온갖 물건들과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한 여성을 트럼프의 시각대로 폭력을 가합니다. 외모 평가, 이민자, 성소수자, 낙태 등 다양한 사안을 뮤비로 묘사합니다. 푸시 라이엇의 멤버 톨로코니코바가 1인 다역으로 출연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사석에서 여성들을 성추행한 것을 자랑한 내용이 담긴 폭로 테이프 내용을 토대로 트럼프를 풍자하는 <Straight Outta Vagina>라는 곡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선을 바로 코앞에 둔 트럼프에겐 당연한 악재 하나가 더 더해진 셈입니다.


그들의 메시지는 더욱 강해지고 음악과 뮤비는 나름의 방식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그들이 세상에 나타난 2012년보다 오히려 지금 더 돋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시간이 흐를 수록 세상이 더 획일적이고 무쇠처럼 경직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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