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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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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 그 이후, 제주도 11월 6일부터 3일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습니다. 전에는 늘 여름에만 방문했던 제주도였고, 혼자나 친구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과의 제주 여행은 기대와 낯섦 둘 다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조건부가 달린다고 하더라도 제주는 역시 제주였습니다. 햇살과 어우러지는 수목과 봉긋하기부터 우람하기까지 한 오름까지 고개를 돌리는 족족 경탄의 대상밖에 없었습니다. 정신 없이 제주에 취하는 가운데도 이따금씩 알 수 있는 구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태풍 '차바'의 흔적이었습니다. 얇은 가지들은 죄다 송두리째 부러진 수많은 해송들을 마주하면서, 날개 하나가 부러진 풍력발전기를 보면서, 산굼부리의 억새가 절반은 날아갔다고 전하는 해설을 들으면서 한 달 전 제주를 할퀴었던 존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블루스에 대한 단상 블루스의 기원은 신대륙에서의 흑인 노예 시절까지 올라간다. 17~18세기 미국의 흑인은 고단한 착취 속에서 기댈 곳이 많지 않았다. 하나는 종교, 즉 구원을 통한 현실 극복의 의지였고, 다른 하나는 노동요, 즉 음악을 통한 신체적 역경의 완화였다. 전자는 흑인의 뛰어난 음악적 본능 덕에 가스펠이라는 음악으로 발전했고, 현대 대중음악의 근간에 영향을 끼친 줄기세포 같은 역할을 했다. 반면 후자는 대중음악에서 슬픔을 담는 그릇이 되는 장르의 탄생이 되었다. 그 음악이 바로 블루스인데, 블루(Blue)의 어원은 슬픔이다. 끝없는 노동, 백인의 탄압을 견디며 흑인은 같은 어구가 4번 반복되고, 주거니 받거니하는 블루스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의 근본은 슬픔과 비애로 점철됐다. 노예 해방과 흑인 인권 신장으로 블..
참 언론인, 참 인간 5일 동안 Y모 언론사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사실 4차 전형인 현장실습을 시작할 때 5일 동안 출퇴근하면서 평가 받는 전형이 좀 가혹한 편이라 생각을 했다. 많이 뽑으면 또 모를까, 6명이라는 인원을 5일 동안 붙잡아두고 인성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을 엿보는 전형이라니. 그나마 5일간의 현장 실습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취재나가는 기자를 따라 나가 곁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편집부에 가선 편집을 어떻게 하는지, 편집 영상은 어떻게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는지까지의 과정을 다 지켜보면서 시스템을 터득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겉에 드러난 과정에선 무엇을 배우는 건지 분명치 못했다.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잘 탐색해야했다. 내가 배웠던 것을 소개하려 한다. 언론사에 입사한 많은 어른, 선배, 친구가 ..
1989년 영국 힐스보로 참사 그리고 세월호 1989년 4월 15일 영국 리버풀FC 팬들은 FA컵 준결승 관람을 위해 중립경기장인 힐스보로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팬들은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축구를 즐기러 리버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난 것이다. 하지만 비극은 출입 과정에서 시작했다. 경기장 운영 미숙과 경찰의 통제 실패로 1600명이 들어갈 관중석에 3000명이 넘게 들어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경기 시작 후 압사의 위험을 느낀 사람들은 위쪽 관람석의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위층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경기 시작 5분만에 철조망은 무너졌다.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를 거쳐 사고 수습 후 94명이 압사했고, 766명이 부상을 입는 결과가 드러났다. 후에 2명이 사고 후유증으로 추가 사망했고, 총 ..
레스터 시티를 응원하며 라는 책이 출간됐다. 내용인즉슨 축구판에서도 결국 구단이 가진 돈이 팀의 리그 성적과 직결되며, '부익부빈익빈'이라는 우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이 대형 리그는 물론이고 군소 리그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돈이면 다 된다'는 뻔한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는 책이다. 물론 이는 누구나 그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2004년 첼시, 2008년 맨체스터 시티가 돈으로 성공가도를 보여주머 축구계에서 머니파워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리그 우승권은커녕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조차 힘들었던 팀들이 돈깨나 있는 구단주를 맞이한다면, 리그를 주름잡는 팀이 되고 리그 우승까지도 가능했던 게 축구판이었다. 돈이면 된다. 하지만 이런 축구 자본주의에 반기를 드는 팀이 등장했고..
신영복 선생님을 추모하며 - 그분을 처음으로 만난 건 고2 중간고사 국어 시험이었다. 교과서를 제외하고 책 2권이 시험 범위에 포함된 까닭이었다. 시험을 대비하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읽어야만 했다. 하지만 난 시험 당일까지 책을 읽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별 수 없이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책 표지만 얼렁뚱땅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 글은 책에서 가장 유명한 글귀였고, 그 내용은 주관식 1번에 보란 듯이 나왔다. 나는 아이구 웬 떡이야 하면서 정답을 맞출 수 있었다. - 고3에도 만날 수 있었다. 급훈을 정하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고, 이때 담임선생님이 내놓은 제안이 '처음처럼'이었다. 우리는 술을 좋아하는 선생님이 그때 당시 막 출시된 소주 이름을 가져왔다고 생각해서 피식피식 웃고 넘겼다. ..
한 서울대생의 자살에 대해 그저께 한 서울대생이 대학교 커뮤니티에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을 했다.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는 기자들에게도 매력적이었고 누리꾼들도 떠들기 좋은 소재였다. 일류 대학생 답게 유서 속에 담긴 문장 하나하나는 미려했고, 철학적 고찰이 묻어있었고, 자살의 결심까지 이른 사고과정의 우직함도 엿보였으니 여느 다른 자살과는 다른 콘텐츠였다. 그의 죽음은 처음부터 소비되기 바빴다. 이 사건은 그 과정 속에서도 기자들과 누리꾼들에게 철저하게 오해 당했다. 기자들은 유서 속에서 언급된 '수저색깔론'에 집중해 헤드라인을 내보냈고, 한국에서 가장 엘리트라는 '서울대 학생'에 방점을 뒀다. 게다가 후속 기사로는 고인이 정말로 흙수저 색깔인지 고인의 가정 형편을 조사해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누리꾼들도 고인의 부모가 각각 대..
슈트라우스(R.Strauss), 가곡 Allerseelen(위령제)와 내 이야기 듣고 싶은 교양이 너무 많아 한참을 고민하면서 수강신청에 임할 정도로 대학 분위기에 심취했었을 때, 음악에 대한 수업은 항상 과학 교양과 함께 나의 1순위였다. 가령, '재즈의 역사'나 '고전음악의 이해' 정도는 꼭 들어야만 했던 과목이었다. 이와 더불어 가장 내가 평소에 즐겨 듣진 못했던 가곡과 관련된 수업을 하나 수강한 일이 있었다. 새로운 음악 장르에의 한걸음이였고, 첫수업을 큰 기대와 함께 출석했던 기억이 있다. 허나 수업은 그렇게 썩 좋진 않았다. 독문과 소속이셨던 선생님이 얼마나 가곡을 사랑하시는지 느껴지긴 했지만, 그 사랑을 학생들에게 이해시켜주기보다 강요하는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에 시종일관 유쾌한 수업은 아니었다. 선생님의 감성적이시고 부드러운 성격덕에 강의실은 종종 어둑하고 차분한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