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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2015)

Whiplash 
8.5
감독
데미언 차젤
출연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폴 라이저, 멜리사 비노이스트, 오스틴 스토웰
정보
드라마 | 미국 | 106 분 | 2015-03-12
글쓴이 평점  



위플래쉬 OST

아티스트
Justin Hurwitz, Tim Simonec
타이틀곡
Whiplash
발매
2015.03.16
앨범듣기





 0.  영화계 역주행의 주인공 위플래쉬

 작년 겨울에 느즈막하게 가요 인기차트에서 역주행을 한 EXID가 있었다. 앨범 발표 이후 몇 달이 지나고서야 인기차트 상위권을 꿰차고 EXID는 결국 1위를 달성하고, 마침내 2014년을 대표하는 가요로 '위 아래'를 걸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2014/12/30 - [음악] - EXID의 역주행 현상, 그것도 음악계의 한 흐름이라고 봐야할까?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영화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현재 진행형으로!) 그 주인공은 '위플래쉬(Whisplash)'입니다.

3월 23일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차고 있고, 이 흐름은 적어도 2주는 더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한국에서의 역주행까지 위플래쉬 이야기

 위플래쉬는 2015년에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지만 사실 2014년에 등장한 영화입니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면 2014년 1월 선댄스 영화제에 소개되었고, 심사위원상을 받아 이름값을 올린 후에 같은 해 말인 10월에서야 북미에서 개봉했습니다. 흥행 성적은 순익분기점을 2배나 훌쩍 뛰어넘으며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고, 영화 평가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도 95%라는 점수도 받으며 극의 심도도 어느정도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엔 작년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 야외 상영으로 첫 인사를 했고 기립박수를 받으며 뜨거운 데뷔를 치뤘음에도, 올초까지 우리나라로의 공식적인 진출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런 괜찮은 영화가 국내에 소개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으나 여기서 교두보 역할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건 다들 알다시피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습니다. 올해 2월 22일에 있었던 오스카는 위플래쉬에게 남우조연상, 편집상 그리고 음향상까지 총 3관왕을 가져다줬습니다. 그야말로 아카데미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위플래쉬는 아마 시상식이 끝날 즈음에 국내 영화 배급사 간부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음이 분명합니다. 아카데미 이후 국내 영화 배급사는 오스카를 받았던 작품들 즉, 버드맨, 스틸 앨리스, 이미테이션 게임 그리고 위플래쉬 등을 상영관에 올리려 박차를 가했습니다. 아카데미의 호성적이 결국 국내 개봉이라는 힘겨운 산을 넘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여기에 국내 개봉을 하게 된 이유 하나를 더하고 싶습니다. 그건 바로 '어둠의 경로'입니다. 어둠의 경로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진실로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위플래쉬 같은 경우엔 1월에 어둠 속에 고화질 영상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이땐 위플래쉬는 국내 영화팬들에게 있어서 국내 개봉도 사실상 예상할 수 없었기도 했고 북미에서도 국내에 알려질 만큼의 큰 파급력도 보여주지 못해 인지도가 그럭저럭인 하나의 아무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어둠의 경로를 통해 위플래쉬를 감상한 영화팬들의 후기들의 결론이 하나로 모아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영화는 죽여줍니다.', '마지막 10분은 인생 최고의 10분이었다', '스릴러도 아닌데 손에 땀을 쥐는 영화' 등등..

네이버 영화 리뷰에서도 편법적인 경로로 영화를 접한 사람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위플래쉬는 평점 9를 웃돌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문이 결국 지금의 역주행에도 큰 영향을 끼쳤음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 한국인들의 구미에 맞는 영화

 아카데미로 흥한 영화들 중 주연급 배우가 모두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했던 '이미테이션 게임'은 가장 먼저 2월 초에 개봉을 했고, 지금 현재 누적관객 170만 명 정도되는 어느 정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외모로 먹고 사는 컴버배치과 얼마 전 '비긴 어게인'으로 일약 국민 여배우의 경지로 뛰어오른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소재와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반해서 아카데미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버드맨'은 19만 명밖에 동원하지 못했고 이미 박스 오피스 궤도 밖으로 멀어졌습니다. 한마디로 흥행 실패. 원인은 사실 자명합니다. 영화가 어렵고 무겁습니다. 국내에서 어려운 영화가 흥행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대체로 흥행한 영화는 쉬운 영화인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버드맨은 쉬운 영화라 보기 어렵습니다. 한 배우의 인생 속 흑과 백을 다루면서 광기와 열정을 요리조리 조명한 매우 입체적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들에겐 버드맨에 등장하는 트릭을 가미한 원테이크 촬영 기법이나 영화 전체에 흐르는 재즈 드럼의 묘미 덕분에 굉장히 흥미롭고 참신한 영화입니다. 허나 이런 매력 포인트는 범국민적으로 봤을 땐 관객 동원에 큰 의미를 가지기 힘듭니다. 당장 50~60대 어른들에겐 버드맨의 구성은 정신없고 괴팍한 모습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겠죠. 버드맨의 결말도 희극이든 비극이든 분명한 걸 좋아하는 국내의 영화 흥행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2015/03/04 - [음악] - 영화 버드맨(Bird Man) OST와 아카데미 이야기




위플래쉬의 구성은 상당히 깔끔합니다. 싸이코패스 선생과 이에 발맞춰 점차 미쳐가는 학생의 대립구도가 영화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재즈라는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음악 장르이긴 하지만 드럼의 신나는 연주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재즈에 지읒 자도 몰라도 상관 없이 흥겹고 리드미컬합니다. 그 흔한 영화 속 러브라인도 없습니다. 아니, 처참하게 깨부셔집니다. (헤어지고 연락하지 말란 말야) 그리고 결말도 깔끔합니다. 미칠 듯한, 아니 이미 미쳐버린 주인공의 마지막 드럼 솔로가 끝나자마자 영화는 관객이 어떤 감상과 감탄에 젖을 시간조차 주지 않고 엔딩크레딧을 올려버리는 편집을 해버립니다. 관객은 영화가 이끄는 대로 그저 '대단하다'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의 시도가 결코 관객의 열린 생각을 막는 건 아닙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지나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관객은 앞으로의 앤드류의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충분히 토론해볼 수 있고, 플래쳐의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찬반을 따져볼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듯 단순한 음악적 오락 영화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도 위플래쉬가 평단에게도 혹평을 받지 않는 이유가 됩니다.



3. 요즘 트렌드는 '광(狂)'

 최근 '나이트크롤러'라는 영화도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취재에 대한 사이코패스의 광기어린 집념입니다. 그야말로 요즘 극장판은 광기가 가득찼습니다. 버드맨과 위플래쉬도 역시 공통적으로 '광기'라는 근본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한 분야에 대해서 '미쳐야만 미칠 수 있다(불광불급)'가 바로 이 영화들이 엄밀하게 말하는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각 감독이 강조표시를 찍는 부분이 상이하게 다릅니다. 전자는 감독이 영상간의 배치 속에서, 그리고 인물간의 대화 속에 주제의식을 가득 담아냅니다. 그러나 위플래쉬는 인물의 표정과 연주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쌍욕으로 광기를 단순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버드맨은 독서에 가까운 음미를 하면서 광기를 음미해야하는 반면에, 위플래쉬는 영화 본연의 비쥬얼과 사운드에 열중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서, 버드맨 속의 광기를 보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성을 사용해서 배우들의 대화 속에서 그 광기의 실루엣을 스스로 찾아내고 공감하는 과정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플래쉬에서의 광기는 그저 보고 듣는 과정에 발만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선생이 갑자기 의자를 던지는 장면을 통해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의 낚시 때문에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업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빠져 좌절했을 때 비로소 반전의 계기를 도모하는 당당한 걸음을 보면서 미친 것이란 무엇인지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광기를 다루는 더 원시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 때문에 위플래쉬는 관객의 마음을 쉽게 흔들 수 있었고, 이런 점이 관객이 집에가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친구랑 카톡을 할 때 위플래쉬에 대해서 을 하나로 모으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음악이 중심 내용임에도 음악이 중심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드럼 연주가 임팩트 있지만, 음악 차트에선 위플래쉬 OST인 캐러밴이나 위플래쉬가 보이지 않습니다. 작년에 '비긴 어게인' 속에서 불렀던 노래인 'Lost Stars'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이끌었습니다. 과장 조금만 보태보자면 영화보다 더 인기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비긴 어게인은 영화 자체보다 좋은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음악 영화일 수 있는 위플래쉬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벅스 해외음악 차트에 12위에 위플래쉬가 올라왔긴 하지만 음악적인 관점이 아닌 철저하게 영화 본연의 관점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위플래쉬는 재즈영화, 음악영화, 반전영화이기 전에 '미침'에 더 직관적으로 집중한 영화이기에 역주행을 할 수 있었다.. 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4. 역주행을 한  '위플래쉬'는 영화 자체가 좋은 걸까, 아니면 주변 상황 덕택일까?

 앞에서 언급했듯 아카데미의 호성적과 실관객의 입소문이 아니었으면 아마 위플래쉬는 국내에서 아예 알려지지 않은 영화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나 재밌고 화끈하고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보지도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 정말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있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극 중에서 조 존스가 찰리 파커를 향해 심벌즈를 던지고 나서야 찰리 파커가 각성하고 레전드가 될 수 있었다는 일화처럼 말이지요. 위플래쉬가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곤 한국이 가장 흥행한 국가가 된 이유는 아카데미 3관왕과, 어둠의 경로 시절부터 이어진 입소문의 여파가 그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이유가 없다면 우리는 한국에서 훌륭하지만 유명하지 못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걸까요? 아카데미를 시상하고 나서야, 아니면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터져야만 극장에 영화가 올라가는 걸까요?

극 중에서 플래쳐는 "그런 혹독한 훈련 속에서 찰리 파커가 될 인재가 꺾이게 되면 어떡하냐"는 앤드류의 질문에 재밌게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찰리 파커가 될 사람이면 절대로 꺾이지 않을 거다."

이 대답을 영화에 적용해봅시다. 아마 이렇게 되겠죠? '성공할 영화라면 어떻게든 극장에 오르기 마련이다.'

영화에서도 이 화제에 대해서 어떤 정답을 정해주지 않았듯 우리는 위플래쉬가 역주행을 하는 현상을 보면서 '위플래쉬 자체가 애초에 성공할 영화였다'와 '좋은 사건들로 인해서 위플래쉬가 반등할 수 있었' 중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건 각자가 알아서 판단해야할 부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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