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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표절 논란 그 내막


2주 전 쇼미더머니 시즌6 본선 중 프로듀스 합동 공연 중 킬라그램과 한해의 대결이 화제였습니다. 킬라그램은 지코와 딘과 함께 '어디'라는 곡으로, 한해는 다이나믹 듀오와 '로비로 모여'라는 곡을 선뵀습니다. 두 곡은 각자 나름의 컨셉트의 특색있고 신나는 비트로 방송 다음 날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곧장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무대, 좋은 음원으로 좋게 끝나진 않았습니다. 바로 표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지코와 딘이 프로듀싱한 곡 '어디'의 비트와 분위기가 스타급 힙합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DJ Khaled의 'I'm The One'과 매우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알앤비 보컬과 랩 파트가 번갈아 진행되는 구성은 똑같습니다. 물론 이런 구성은 많은 알앤비, 힙합씬에선 흔하게 볼 수 있어 별 의미가 없다해도, 곡의 분위기와 느낌, 부분적 멜로디가 유사한 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쿠아보의 플로우와 딘의 플로우가 유사한 것도 주목 받았습니다. (참고)

작곡을 한 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곧장 바로 반박했습니다. 지금은 삭제되어 다음 글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띄어쓰기는 원본에선 생략되었음)


"표절은 무슨 신스베이스 써서표절이면 다 머스타드 표절이지 prod by me 디제이캘리드 노래 아예 일체 레퍼런스로 생각도 안 했습니다 코드도 일체 다르고 진행도 다른데 무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표절이면 이 세상곡 다 표절입니다 무식한 티 내지 마세요 ps 디제이캘리드한테 보내서 물어보세요 표절인지아닌지"

딘의 입장 표명엔 거짓이 없었지만, 딘의 작곡 역량과 능력에는 꾸준하게 부정적인 악플이 많이 달렸습니다. 1주일만에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고, 그 다음주에도 딘은 관련 글을 다시 한번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이번엔 아임더원의 프로듀서 Nic Nac에게 직접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표절 여부를 물은 대화 캡춰본이었습니다. 그리고 사건 종결을 언급했습니다.





어쨌든 이 이후로 더 이상 논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해프닝엔 해프닝 이상의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바로 음악의 표절 담론의 애매모호함입니다. 표절의 기준에 대해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동의한 기준은 없습니다. 법도 표절을 단죄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법이 예술의 영역, 그러니까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건 이상적인 생각일 뿐더러 예술의 영역과 가치를 축소하는 행위에 불과해 오히려 예술을 억압하는 꼴이 될 겁니다. 결국 한 음악이 다른 음악을 표절했다고 하는 건 개인적인 판단 근거와 이런 판단들이 모여 여론을 형성해 결론을 도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음악 표절 논란에 마주해서 함부로 손가락질 하며 "저 곡은 표절이네!"라고 아티스트를 비난해선 안 되고, 그렇다고 표절의 대상이 된 곡을 쓴 사람에게 달려가 "표절이 아닙니다"라고 증언을 받아내는 것 역시 사건 종결의 마침표를 찍는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딘은 단단히 화나고 불쾌해 닉 낵을 찾아가 원하는 답을 받아냈지만, 표절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는 건 또 아닌 것이죠. 닉 낵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표절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마음은 팩트로 깨부실 수 있는 영역에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이 표절 논란의 해소는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졌습니다. '어디'와 'I'm The One'에 쓰인 비트는 둘 다 트로피컬 하우스라는 장르에 포함됩니다. '트로피컬'이라는 워딩은 장르의 기원이 구체적이거나 장르적 특색이 유별난 건 전혀 아닙니다. 해가 내려쬐는 날 좋은 열대 지방의 해변에서 들음 직한 발랄하고 흥 나는 하우스 음악을 칭하기 위해 붙인 별칭입니다. 트로피컬 하우스는 하우스의 하위 장르로 최근 몇 년동안 각광 받고 있습니다. 트로피컬의 비슷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사용되는 악기는 딘의 말처럼 신스베이스가 대표적입니다. 코드 진행도 실제로 다를 뿐더러, 곡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비판은, 발라드 곡을 "너무 서정적인데 다들 곡 베겼구만"라고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만큼 트로피컬 하우스, 힙합은 셀 수 없이 많은 곡이 있고, 비슷한 매력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표절이라고 할 순 없겠지요. 프로듀서 합동 공연에서 딘을 비판하고자 하면, '자기만의 완전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가져오진 못했다' 정도가 되겠네요.
몇몇 네티즌들을 통해 '어디'가 Kent Jones의 Don't Mind라는 곡과 더 흡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곡도 역시 신스베이스가 유난히 도드라지며 가사 플로우가 지향하는 바도 트로피컬한 분위기라 장르적 유사성을 띕니다. 이 세 곡 사이에서 '표절'을 논하려면, 딘의 사례 전에 'I'm The One'과 'Don't Mind' 두 곡의 표절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하겠죠.

그렇다면 음악에 있어서 장르적 유사성, 즉 한 '음악이 그 장르에 속하게 되는 장르적 특징'과 '음악의 표절', 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그걸 명쾌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서, 헤비 메탈 음악이 대부분 샤우팅과 그로울링이 포함된 짐승 같은 목소리를 공통점으로 가지고, 보컬/리드기타/세컨기타/베이스/드럼이라는 악기 구성이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다른 헤비메탈곡을 보고 표절이라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악기의 구성이 전연 다르고, 심지어 보컬 분위기도 현저하게 다른 두 곡이 있음에도, 단지 유사한 음절 3마디가 있다고 해서 우리는 쉽사리 그걸 표절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두 케이스 중 "어떤 게 더 많이 베꼈냐?"라는 질문엔 어떤 답이 더 현명한 것일까요.



모든 것은 리믹스다


저는 다음 TED 강연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커비 퍼거슨이라는 미국 영화 제작자의 강연입니다. 제목은 Everything is a Remix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리믹스며 세상의 모든 것이 복제, 변형, 결합 3가지를 통해 발전해왔다는 논지의 강연입니다. Everything is a Remix는 그가 여전히 진행하는 프로젝트며, 지금도 계속해서 짧은 다큐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의 홈페이지에 가면 모든 영상을 한글 자막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음악뿐만이 아닌 인류가 창조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 예컨대 아이폰, 스타워즈, 전구, 컴퓨터, 찰스다윈의 종의 기원, 레드 제플린, 힙합, 증기기관, 포드가 반짝하는 순간에 한 사람으로부터 창조된 것이 아니라 축적된 관련 자료와 업적을 토대로 누군가가 임계점을 돌파한 사례에 불과합니다. 모든 것들이 탄생하기까지 기존에 존재했던 요소 중 하나 이상을 활용했다는 것이죠. 우리가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논하는 시간에 퍼거슨은 차라리 모든 것이 리믹스라고 생각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수없이 저작권을 두고 다투는 일련의 과정이 예술의 진보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고 반문합니다.

퍼거슨은 이런 주장을 하면서 표절을 무조건적으로 관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퍼거슨은 '모든 것은 리믹스다'라는 명제를 통해 창조가 내부에서만 생겨난다는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대단한 걸 기대하지 않게 해 일단 무엇이라도 도전 해보도록 하는 효용이 있다고 덧붙입니다. 사소한 모방과 복제는 우리가 진보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만들어왔고 지금도 끊임 없이 리믹싱을 통해 진보하고 있는 게 퍼거슨의 논지입니다.

다시 지코, 딘의 '어디'와 DJ칼리드의 'I'm The One'으로 돌아와봅시다. 지코, 딘은 DJ칼리드의 곡을 레퍼런스 삼든, 샘플링을 했든, 표절을 했든, 해외에서 잘 나가가는 장르를 모방하고 잘 팔리는 분위기와 비트를 따와 곡을 썼습니다. 다시 물어봅시다. 이것은 표절일까요, 리믹스일까요. 우리가 이것을 표절로 낙인 찍는다면, 한국 힙합, 더 나아가 음악의 진보에 어떤 혜택을 가져다줄까요.

표절 논란은 그들을 창작 의지를 꺾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표절 의심의 난발은 음악 구성원 모두에게 견제가 됩니다. 음악의 진보과 발전이 늦춰지게 되는 건 말할 것도 아니죠. 표절을 의식하지 않은 자유로운 활동이 우리가 생각해왔던 순수한 창조를 이뤄내기 때문이죠. 인류의 역사가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것은 리믹스다' 이 명제를 조금만 이해하고 모든 것의 리믹스에 관대한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OO이랑 비슷하네", "XX 느낌 난다"라고 답습을 비꼬기보다 어떤 방식으로 과거의 것을 재해석했는지 평가하는 태도가 좋은 리스너가 '모든 것은 리믹스다' 프로젝트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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